아이가 '아빠직업' 란에
뭐가 되었든 그림쟁이를 의미하는 그 어떤 것을
또박또박 적어 넣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래야만 내 자존감을 지켜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해야만 아이 앞에서 당당한 아빠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허울 좋은 핑곗거리를 앞세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에 나는 직장을 그만두었고 조금 삐걱대긴 해도 그럭저럭 그림쟁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다만 요즘의 학교는 부모 직업을 묻지 않는다.
대신 아이는 학교에서 아빠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에 대한, 내 예측을 벗어난 질문들을 받았었나 보다.
아이는 당당하게 적어냈다.
"아빠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축구게임]"
자존감은 개뿔.. 아이 앞에서 행동 조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