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맞는 말일까?)
내 귀빠진 해가 1980년이니 45~46세 정도다.(만나이랑 그냥 나이 개념이 유독 헷갈리는 터라 어차피 40살 넘어가니 나이 체크도 잘안되고 해서 대략 그정도 나인가보다 하는 거다.)
40세면 불혹(不惑)이라고 "나이 40이 되면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사물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는데, 과연 그런가 생각해봤다.
딱히 세상일에 흔들리며 살아오진 않은 듯하고, 앞으로도 막 흔들리거나 하진 않을 것 같은데, 사물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나 자문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사물을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해서라기 보다는 명확한 판단 자체를 피하는게 마음 편했으므로 그 덕에 큰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무난하게 살고 있다.
그래 맞다. 그렇게 살고 있는게 맞다.
10년 넘게 다녔던 회사를 퇴사한 후 여기저기 옮겨다니기를 5년정도. 그 시간을 고만고만한 저니맨 처럼 흘려보내진 않았다. 의미있는(내 나름의) 프로젝트도 몇개 해냈고, 해낸 프로젝트 내에서의 역할도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꽤 멋진 5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 직장이 위기를 맞았다. 게임스타트업이 대부분 그렇듯 자금의 문제는 크게 현실에 반영된다. 5년 3번의 이직중 2번이 팀해체, 회사폐업이 사유였으니 나도 꽤 정글의 무서움을 경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위기가 크게 마음을 흔들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아내와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걱정과 근심, 그리고 불안을 생각하면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나 직장 그만두게 되니까 당신이 일하는 걸로 당분간 버티자."
"오래 일 했잖아요. 20년가까이. 이젠 좀 쉴래요."
이런 말이나 생각을 할 정도로 내 또래의 대한민국 남편, 아빠들의 어깨가 가볍지 않다.
뻔뻔스럽게 굴 상황이 아니잖은가? 그렇다고 내 나이의 20년 경력자를 쉽게 쉽게 채용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도 않을테니 당장의 먹고살 생각을 하면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마음이 흔들린다기 보다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아주 깊게 고민되는 상태라는 거다.
"창업 -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을 만들어서 성공한 멋진 CEO가 되어 인터뷰 기사 한번 내보고 싶은 욕망
아서라, 먹고살 길 막막한 하산을 준비해야하는 경력직 디자이너의 허풍되겠다. 떠밀려 고민하는 주제에 당당한 척하기는.
아무튼. 진지하다. 도박일 수도 있는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
오늘은 그냥 40대 중반의 20년 경력직 게임디자이너의 현재를 판단하기 위한 되돌아봄 정도로 갈무리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