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리면 되지시든가.
2달 뒤면 마지막 월급을 끝으로 회사와 이별이다. 회사는 파산이든 폐업이든 될 것이다.
아쉬움이 크다. 이 회사에서 정말 만들어보고 싶은(내 주도는 아니었지만 평소 좋아했던 장르의 게임을 제작하고 출시했다.) 게임을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임의 성과는 하늘에 맡겨둔 것이라 금전적 성과는 미약했지만 나를 포함한 구성원들 모두 후회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어쨋든 12월 부터는 백수다.
그래 백수다. 3년만에 돌아온 백수.
채용사이트를 오랜만에 뒤졌다. 여러가지 채용공고들이 많고 시니어를 필요로 하는 회사도 몇군데 보인다.
하지만 딱이 마음이 동하지 않아 끌리는 공고하나를 스크랩해두고 사이트를 닫았다.
그리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선 딱이 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마지막날 까지 각자의 준비들을 하게 되었으므로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던 게임 디자인을 데놓고 할 수 있어 좋다.
마음이 가지 않는다. 내년 창업관련 정부지원사업 공고가 나기전에 데모를 준비하려면 온전히 투자할 수 있는 하루들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당장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구직에 적극임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이번엔 마음이 잘 안움직인다.
맞벌이를 하고 있으니 12, 1, 2, 3 4개월의 시간만 실업급여로 부족하나마 버티면서 데모준비를 한 후에 법인을 세우고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비를 지원받아 지금 보다는 좀 모자란 월급을 집에 가져다 준다는 시나리오가 있는데...
50이 되기 전에 10년동안 실행하지 못했던 목표를 수행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가족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아내의 얼굴이 선하다. 애들은 뭐 아빠가 사장된다하면 아무것도 모르면 좋다고 하겠지만.
물론 아내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큰 한숨과 함께 수락해줄 거다.(믿고싶다.)
참고로 아직 이 상황을 아내에게 오픈하지 않았다. 다음주 월요일에 얘기할 생각이다.
아내도 회사의 경영상태 때문에 고용불안 속에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다.
근데 이래나 저래나 아내와 상의를 하면 뭔가 괜찮은 방안이 나올거다.
10년이나 함께 살았는데 10년의 호흡이면 뭐 태산 따위 들어올리는 건 일도 아니지.
어쩃든 내 마음은 이런 상태이고 난 이 상태를 훌훌 얘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길 나눠 볼 예정이다.
아내가 어차피 벼랑 끝인데 마지막으로 질러봐! 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눈치줘도 잘 받을테니 ㅎㅎ
PS : 내년에 게임스컴에 또 한번 나가보고 싶다. 내 걸로.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