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치과의 겨울방학
소아치과의 겨울방학은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보호자분들이 방학 전에 하나둘씩 취소하고 방학 때 몰려오기 때문이다. 환자를 보고 또 봐도 끊이지 않는다. 이 시기에는 교정 치료를 시작하고자 하는 보호자들도 늘어나지만, 방학 동안 바로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교정 치료는 단순히 눈으로만 보고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분석 과정을 요구하는 진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보통 교정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본을 뜨고, 입안 사진과 얼굴 사진, 그리고 방사선 사진을 촬영한다. 이때 방사선 사진은 치아 전체를 확인하는 파노라마와 옆얼굴을 찍는 측모두부방사선사진을 포함한다. 이후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주치의는 환자의 입안 공간을 분석하고 골격 관계를 면밀히 검토한다. 측모두부방사선사진을 통해 상악골과 하악골의 관계를 확인하는데, 이는 교정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상악골이 과성장했거나 하악골이 후퇴되어 있다면 골격적 2급 경향으로, 반대로 상악골이 저성장해 중안면부가 함몰되었거나 하악골이 돌출되었다면 골격적 3급으로 분류한다. 이는 치아의 위치만을 고려한 치성 2급, 3급과는 다르다. 골격적 문제는 성장기에만 개선이 가능하며, 그렇지 않으면 성장이 멈춘 후에는 악교정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하악골 성장의 억제는 현재로서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어, 경우에 따라 보호자에게 수술 가능성을 고지해야 한다.
대학병원에서는 이러한 자료를 양식에 맞게 정리한 뒤 치료 계획을 세우고, 세미나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로 인해 교정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최소 한 달이 소요되며, 방학처럼 바쁜 시기에는 자료 수집을 위한 진료 시간마저 예약하기 어려워 시간이 지연되어 진단과 계획이 완료되기까지 1~2달 정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방학 동안 바로 철길(교정 장치)을 붙이고자 하는 보호자들에게는 기다림이 불가피함을 설명드릴 수밖에 없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눈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고려하지 않으면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워 불안할 때가 많다. 어쩌면 계획 과정 자체가 그 일의 시작이라는 인식을 가지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졸업까지 1년이 남은 지금, 논문의 더딘 진행으로 고민이 많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 일정 부분 끝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계획을 새로 짜느라 차질이 생겼다. 이로 인해 졸업이 늦어질까 불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이 시간도 글을 쓰기 위한 중요한 준비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스스로를 다독이게 된다. 어쩌면 글을 완성하는 것보다 이 시기의 계획과 준비가 훨씬 더 중요한 과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