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방학 기간이라 글을 쓰기 힘든 시기에는 보호자의 질문보다는 나의 개인적인 메모를 적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일주일에 3번씩 연재하겠다는 계획이 틀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주 1회는 발행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작은 메모를 공개한다.
5세
4세는 무조건 달래야 하고, 거의 항상 우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잘 달래 가며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 6세는 설득을 시도해 볼 수 있고, 보통의 아이라면 울어도 스스로 입을 곧잘 벌린다. 그런데 5세는… 5세는 정말 잘 감별해야 한다.
4세처럼 죽을 듯이 울다가도 지치면 6세처럼 삐친 채로 가만히 있거나 잠이 든다. 이게 정말 독특한데, 마치 4세 시절의 기질이 남아 습관적으로 무서움에 울다가도 한참 울면 "이렇게까지 하는 게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지 조금 삐질 뿐 가만히 있는다. 물론, 아프지 않고 물만 나오는 치료를 한다는 가정하에서다.
나이로 똑 부러지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나이에 따라 이러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11세
관찰한 결과 이 나이대에는 아이가 하기 싫으면 논리를 내세워 고집을 부린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주지 않으면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엄마와 싸우고, 엄마가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30분 정도 혼낸 뒤 다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한 후에도 갑자기 무섭다고 하며 진료를 거부하는 일이 종종 있다.
한 번은 한 시간 정도 달래고,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30분 정도 싸우고 들어왔지만 결국 이를 뽑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적도 있다. 심지어 근무 시간을 초과해 나 때문에 직원들이 퇴근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는 엄마와 싸울 것 같은 11세를 보면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으니 다음에 약속을 잡자"라고 말한다. 물론 그제야 아이가 "나는 무섭지만, 할 수 있다면 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유혹에 흔들리면 결국 체어에 앉은 채 입을 벌리지 않아 30분을 낭비하고, 또다시 다음으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기회를 줄 거라면, 엄마는 반드시 밖에 있어야 한다. 엄마가 자꾸 나무라면 분위기가 고조되기 때문이다. 이 나이대의 아이는 부모와 자주 갈등을 겪는 시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부모가 없으면 더 잘하는 경우도 있다. 내 생각에는 이 나이대 아이들은 무서워서 몸이 거부하지만, 머리로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하고 싶어 하지만, 번지점프를 앞두고 뛰어내리는 결정을 하기 어려운 것처럼 치료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나무라면, 마치 시험공부를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공부해라"는 소리를 듣고 하기 싫어지는 것과 비슷하게, 마음의 추가 치료를 받기 싫은 쪽으로 기울어지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보호자는 꼭 밖에 나가계시길 권고한다.
생각해 보니 두 경우 모두 6세와 12세 이전, 즉 초등학교 입학이나 중학교 입학 같은 변화의 시기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는 공통적으로 겪는 일들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인지 잘 감별하고, 설득으로 될 일과 안 될 일을 구분하는 일에 참고가 된다. 싸우지 않고 아이의 입을 여는 진료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