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들을 생각하며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만약 우리가 겪었던 일을 들으면 사실이라고 믿을까?라고...
어느 날, 퇴근해 집에 왔을 때, 난 청천벽력 같은 말을 아내에게서 들었다.
“오빠, 나 영양실조래.”
아내는 며칠 전부터 몸에 기운이 없었다고 한다. 별일 아니겠지 하면서 참다가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병원에서 몇 가지 검사하더니, 아내에게 영양실조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의사 선생님은 자꾸 편식을 하니까 이렇게 영양실조를 겪는 것 아니냐며, 음식을 가리지 말고 앞으로는 골고루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한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는 담담하기만 했던 아내는, 퇴근한 나에게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면서 점점 더 서러워졌는지 점점 울먹이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이 나보고 편식하지 말라고 화냈어... 난 그저 먹을 것이 없어서 그런 건데.”
난 아내에게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요즘 시대에 영양실조라니...
적어도 회사 식당에서 점심은 해결할 수 있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집에서 반찬도 없이 대충 때우듯 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영양실조까지 걸릴 정도였다니... 그런데도 나에게 아무런 말도, 아무런 불평도 아내는 지금껏 한 적이 없었다. 화가 났다. 그냥 마구마구 화가 났다.
난 앞뒤 가리지 않고 바로 아내에게 말했다.
“당장 나가자! 우리 오늘 고기 먹으러 가자!!”
난 아내의 손을 붙잡고 바로 밖으로 나왔고,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막상 호기롭게 아내와 식당에 왔지만, 내가 주문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이 인분에 불과했다. 슬프게도, 더 주문하고 싶어도 무리였다. 난 가진 돈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삼겹살 이 인분이 나왔다.
난 고기를 조심스레 구워서 아내에게 주었다. 아내는 오랜만에 맛보는 삼겹살이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게 먹어 주었다. 난 그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한참 먹던 아내는 나를 보고는 먹어보라고 말했다. 계속 반찬만 뒤적이고 있는 나를 보고 한 소리였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내가 먹은 만큼 내 아내가 먹을 것이 점점 줄어들 텐데. 난 회사에서 많이 먹고 와서 괜찮다고 말하고, 반찬으로 나온 몇 가지만 여전히 뒤적거렸다.
아내라고 내가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왜 모르겠는가. 반찬만 뒤적이고 있는 내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내 마음을 알기에, 우리 상황을 알기에, 아내는 오히려 더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다며 먹어 주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안쓰럽기도, 고맙기도 했다.
항상 너에게 미안하고, 또 고마워.
흔하디 흔한 말이지만, 이 말만큼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또 있을까?
내가 많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