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흔한 불평 속에서 핵심인재의 비법을 찾다 ③
회사에서 나를 집요하게 간섭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팀장이다.
도대체 팀장은 나를 뭘로 보는 걸까? 나를 초등학생으로 보나?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가? 왜 이렇게 사사건건 나를 간섭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옆 부서의 다른 팀장은 같이 일하는 자기 팀원을 믿어주고 지원해주는 것 같은데, 우리 팀장은 왜 이러는 걸까?
언제까지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한 번 지시했으면, 나를 믿고 기다려 줄 수는 없나? 나도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해 나가고 있는데 말이다. 믿고 기다려 주면 알아서 보고할 텐데 왜 자꾸 물어보고 간섭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팀장은 내 얼굴을 볼 때마다, “그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금까지 작성한 자료를 한 번 보자.”며 자꾸 확인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팀장은 나를 못 믿는 것 같다. 옆에 있는 다른 동료에게는 아무런 간섭도 안 하는 것 같은데, 유독 나에게만 그런다. 그 동료와는 달리, 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자존심이 무척 상한다.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이 있나? 혹시, 나를 괴롭히려고 그러는 걸까? 아니면, 내가 만만해 보이나?
아마도,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불평이 바로 이런 팀장의 간섭일 것이다. 내가 알아서 잘할 텐데, 왜 우리 팀장은 내 업무를 자꾸 간섭하려 드는 것일까?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가 개인이 아니라 조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팀의 모든 책임을 지는 팀장이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팀장인 당신에게는 당연히 팀원이 몇 명 있을 것이고, 앞으로 그들과 함께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때, 회사에서 당신의 팀에게 어떤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션을 내려주었다고 하자.
당신은 어떻게 이 미션을 달성할지 고민할 것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경영진이 제시한 기한은 일주일. 앞으로 일주일 이내에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고민해서 경영진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문제점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혼자 하려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자료 조사부터 최종 보고서 작성까지 해야 할 일이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경영진이 내려 준 과제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년 초에 세운 팀 목표도 달성해야 하고, 팀 자체적으로 발굴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개선안을 준비해야 한다. 일은 순차적으로 하나씩 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여러 가지 일이 함께 온다더니 맞는 말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팀장인 당신은 업무배분을 고민할 것이다. 누구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까? 이번 과제 중에서 이 부분은 A에게 맡기는 것이 적당할 것 같고, 저부분은 B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A에게는 이미 지시한 업무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C에게 A의 업무 중 일부를 백업하도록 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그런데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다. B가 일을 끝내야 다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내 마음과는 다르게 느긋한 것 같다. 좀 더 속도를 내주면 좋겠는데 하는 조바심이 난다. 어디까지 진행된 것인지 말이라도 해주면 덜 답답할 텐데, 아무런 말이 없다. 보고기한은 점점 다가온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준비하고 있는지도 불안하다. 잘못된 방향이면 다시 해야 하니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겠지? 간섭한다고 싫어할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한 번 확인해 봐야 하겠다.
또, A는 어떨까? 이번에 새로 지시한 업무를 하느라, 이전에 지시했던 업무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그래서 C에게 백업을 하라고 말해두기는 했지만, 갑자기 불안해진다. 이번 주까지 대응 방안을 경영진에게 보고하기로 일정도 잡아 놨는데, 괜찮을지 걱정이다.
팀장은 이처럼 팀의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팀원의 능력에 따라 업무를 분배하고, 그 과정을 하나하나 조율한다. 중간에 팀원이 곤란한 문제에 봉착하면 다시 업무를 배분하거나, 직접 나서서 돕기도 한다. 이렇게 내부에 존재하는 인력이나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팀에게 부여된 과제나 목표를 달성하는 것, 이것이 바로 조직으로 일하는 방식이다.
당신이 팀장이 되어 생각해 보니 어떤 느낌인가?
만약 팀장인 당신이 혼자서 그 모든 업무를 했다면, 전혀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언제 무엇을 할지 이미 머릿속에 나름대로 정리되어 있고, 설사 무슨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내가 조정하면 그뿐이니까.
하지만 팀원과 함께 일해보니 어떤가? 아마도 마음이 한없이 초조 해졌을 것이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지시를 했지만, 내 마음처럼 팀원이 움직이지 않으니 점점 불안했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것은 결국 팀장인 나의 책임일 뿐이니까 말이다.
이처럼,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에서, 내 손과 발이 되어주어야 할 팀원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면? 기대했던 방향으로 가지 않거나,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팀원이 각 단계별로 일을 완수해 주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팀원 중 누군가가 제때에 해 주지 않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면? 그때의 팀장이 어떤 마음일지는 아마 상상이 될 것이다.
이처럼 조직으로 일한다는 것은,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조율하여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이를 통해 성과를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우리가 팀장의 간섭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 조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결코 누군가를 괴롭히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한다면, 이제 조직으로 일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보고’이다.
보고야 말로 조직생활의 가장 기본이 아닐까 한다.
보고라 하니, 뭔가 대단한 것을 상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보고라는 것은 말 그대로 업무 진척상황을 ‘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위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은, 이미 이런 조직으로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있었던 사람임에 틀림없다. 팀장의 마음을 이해하고, 불안하지 않도록 자신의 진행상황을 미리 알림으로써 팀장에게 안심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을 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보고는 팀장의 불안을 해소시켜주고, 내가 간섭하지 않아도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말하지 않아도 보고해 주니, 일일이 진행 상황을 확인할 필요도 없다. 혹시 중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팀장인 나에게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얻으러 오니 말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간섭하기보다는, 오히려 믿어주고, 어느 정도 재량을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팀장이 나에게 다가와서 진행상황을 자꾸 확인하려고 한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 않으니 자꾸만 확인하려 하는 것이다. 그것은 쓸데없는 간섭이 아니다. 팀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팀장으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조직으로 일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보고는, 팀으로 일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직장인의 당연한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