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흔한 불평 속에서 핵심인재의 비법을 찾다 ④
회사에서 우리는 팀장을 “빨간 펜”이라 부른다.
모든 팀장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팀장만은 빨간펜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한 것 같다. 기안문을 올려도, 보고서를 올려도 정말 글자 하나하나 꼼꼼하게 본다. 그러다 오타라도 하나 발견하면 마치 “유레카!”하고 외치는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와서는 다시 수정하라고 한다. 정말 한가한가 보다.
사실, 사람인 이상 약간의 오타는 있을 수 있지 않나?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보고서에 담겨있는 내용이지, 오타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우리 팀장은 마치 답안지를 채점하듯 꼼꼼하게 체크한다. 물론, 틀리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꼼꼼하게 봐도 안 보이는 것을 어쩌라는 말인가? 그런데 이상한 것은, 팀장에게 보고하러 가면 꼭 안보이던 오타가 보인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가끔 그런 팀장의 모습을 보면 답답한 마음에 숨이 턱턱 막혀 오는 것 같다.
내가 더 화가 나는 것은, 팀장의 태도다. 유독 나에게만 엄격한 것 같다. 우리 부서의 다른 팀원에게는, 좋은 말로 말하거나, 너그럽게 대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나에게만은 마치 대역 죄인이라도 된 듯이 엄격하다.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나라고 실수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자꾸만 이렇게 시달리다 보니, 이젠 회사를 다니는 것도 너무 힘들다.
회사에는 꼭 이런 상사가 있어서 우리를 힘들게 하고는 한다. 이 직원은 지금 얼마나 힘이 들까? 흔히 우스갯소리로 회사를 보고 들어왔다가 상사를 보고 나간다고 하는데, 지금이 딱 그럴 타이밍이 아닌가 고민할 듯싶다.
사실, 위의 푸념에서도 잠깐 나온 것처럼, 결국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 오타가 났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당신이 모르는 것이 있다. 그것은, 그 빨간 펜이라 불리는 팀장도, 분명히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팀장은 왜 자꾸 오타를 지적했던 것일까? 단순히, 일부러 괴롭히기 위해서? 그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우리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보자.
과연 그 팀장이 처음부터 그렇게 엄격했는지를 말이다.
사실, 부하직원이 작성해 온 서류를 검토하는 것만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일은 없다. 처음부터 본인이 작성한 것이라면 오히려 검토하기 편하다.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방법으로 계산이 되었고, 또 어떤 의도로 작성한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작성한 것은 그것을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작성된 결과물을 보면서 그 과정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유추해 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보고서의 오류를 체크하고 수정하는 것이, 처음부터 자신이 다시 작성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곳저곳에서 오타가 보인다?
처음에는 당연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팀장도 충분히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때는 오히려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좀 더 꼼꼼하게 신경을 써 주기도 하고, 적절한 조언도 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실수가 시간이 지나도 계속된다면 어떨까?
당연히 팀장의 마음에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다.
우리는 지금 오타나 지적한다며 팀장을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 팀장은 지금 그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 그 팀장이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오타 따위가 아니다. 그는 업무에 대한 “신중함”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종적으로 위에 보고하고 그 보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팀장이다. 결코, 문서를 작성한 팀원이 아니다. 실무자가 책임을 질 것이라면, 굳이 팀장이 존재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팀장에게는 관리 책임이라는 무거운 책임이 있다. 그러니, 문제가 있었을 때, “내가 하지 않았다.”라고 아무리 변명하고 항변해 봐도 소용없다. 그것이 바로 조직이다.
책임을 져야 하는 팀장으로서는, 당연히 팀원의 이런 소소한 실수가 무척 불안할 수밖에 없다. 오타가 자주 있다는 것은, 부하직원이 그만큼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작은 실수에 불과하지만 언제 큰 실수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아무리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는다면? 당연히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가 빈번하다면 더할 것이다. 결국 그 부하직원은 자주 틀리니 누구보다 꼼꼼히 확인해 봐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상사의 믿음과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팀장이라고 자신의 시간을 소비해 가며 서류를 하나하나 보고 싶을까? 내가 하지 않은 것을 체크하는 것이 더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믿음을 주는 다른 누군가에게 하라고 하거나, 차라리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지금 팀장이 오타를 지적하고 있다는 것은,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직 당신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것이 무엇이든 먼저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신중히 확인하여 실수를 줄이고자 하는 태도의 변화이다.
모든 “신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