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경제 공유하기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⑨
“외환이에게 사 달라고 하자.”
아내와 내가 종종 하는 말이다. 여기서 "외환이"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신용카드의 이름이다. 지금은 하나카드에 합병되었지만, 우리는 외환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월급통장과 연결되어 있는 외환카드를 바꾸기 귀찮아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매주 금요일이면, 지금도 생활비와 각자의 용돈을 넣었다. 각자에게 지급하는 용돈은 같은 금액으로 순수하게 자신을 위해 썼고, 가끔 외식이나 선물을 사주는데 썼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은 생활비에서 썼는데, 금액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큰돈이 나가야 할 때나, 조금 비싼 물건을 사야 할 때에는 항상 “외환이에게 사 달라고 하자”라고 말하곤 했다. 우리 둘 모두 생활비와 용돈 이외에는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 돈이 아니니, 외환이에게 사달라고 할 수밖에.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우리 스스로가 재미있어서 서로 웃고는 했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각자의 용돈을 제외하고는, 항상 돈을 쓸 때마다 상의를 한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돈을 써야 하는데 괜찮냐고 항상 상대의 의중을 묻는다. 그리고 상대가 괜찮다고 하면 그때서야 비로소 쓴다. 내가 쓸 때는 아내에게 묻고, 아내가 쓸 때는 나에게 묻는다. 우리는 돈을 쓸 때 항상 이런 식으로 상대와 상의를 한다.
지출이 투명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나 몰래 허투루 돈을 쓰고 있는 것 아냐? 나 몰래 뭔가 하고 있는 것 아냐? 이런 식으로 상대를 의심하는 일도 없었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 부부의 경제를 공유하다 보니, 상대에 대한 믿음이 점점 더 강해졌다. 어디에 정기적으로 돈이 나가고 있는지, 적금은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서로 알고 있다. 경제 사정이 어려울 때에는 그 상황을 우리 모두 알고 있어서 누가 말하지 않아도 같이 아끼게 되었다. 물가가 높은 지 낮은 지, 어디에 쓰는지 모두 알다 보니, 벌어온 돈을 어디다 쓰기에 이렇게 저축을 못하냐며 화를 낼 일도 없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이와 같이 생활하다 보니, 이제는 아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설사 나에게 말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이유 없이 쓰지 않았을 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우리 부부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투명함에서 시작되었다.
사랑하는 자기야.
설사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자기가 써 버린다 하더라도
자기에게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