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가 인사담당자로서 첫 발을 내디딘 곳은, 한 외국계 기업이었다.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기쁜 마음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나는 과연 내가 제대로 찾아온 것인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곳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내가 입사할 회사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공사 현장만 있었을 뿐이었다. 허허벌판에 뭔지 모를 조립식 건물 두 채가 전부였고, 바로 옆에서는 각종 건설장비와 공사업체 인부들이 뒤섞여 소음과 먼지 속에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당혹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컨테이너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 각자의 일에 바빠서인지, 문을 열고 들어온 나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 내가 입사한 기업은 이제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초창기 기업이었던 것이다.
초창기 신생 기업이 모두 그러하듯, 입사했을 당시 기업으로서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조직의 체계도 없었고, 일할 사람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이니, 인사 전문가가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결국 나는, 인사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인사담당자가 되었다. 모든 것은 직접 몸으로 부딪쳐 가며 처음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야 했다. 속된 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나로서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직장 생활도 처음인데, 맡은 일조차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인사 업무였으니 당연했다. 사실, 근로기준법이라는 법이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대학에 다시 입학했다는 생각으로 매일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걱정과 스트레스가 쌓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인사업무에 조금 경험이 있는 부서장이 있었다는 것 정도?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큰 일을 경력직도 아닌 신입사원에게 시킨 사람이나, 또 그것을 하고 있었던 나나, 정말 무모했던 것 같다. 정말 무슨 배짱이었는지. 어쨌든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패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난 실패한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했다. 이런 모든 과정들이 그 당시 나에겐 너무도 힘들었다. 아마도 젊음이라는 무기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일이었지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힘들었던 지난날에 감사하는 마음도 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런 열악한 환경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개 사원의 신분으로 어디서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기업이 성장해 가는 만큼, 나 자신도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비록, 그런 힘들었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 주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있다. 바로 인사담당자에게는 지식보다 중요한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 다른 무엇이란, 인사담당자의 자세, 즉 마음가짐이다.
지식은 노력하면 스스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인사담당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는 단순히 노력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의 위치도 자각하지 못한 채, 단순히 기계적인 작업만 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귀찮다는 이유로 사원의 고충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기도 했고, 당사자에게는 매우 중대한 일임에도 정해진 절차만 강조하며 사무적으로 처리해 버리기도 했다. 상대의 감정에 상처를 입히는 경우도 당연히 적지 않았다. 만약, 인사업무를 담당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인사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려 준 사람이 그때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 좀 더 일찍 인사담당자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지 않았을까?
나와 같은 후회를 누군가 또다시 하지 않도록, 지금까지 경험한 내 경험들을 나누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물론, 내 경험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내 생각도 정답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 나에게 말해주었으면 좋았을 것들”, “인사를 담당하면서 느꼈던 것들”, “후배가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 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인사담당자로서 반드시 가졌으면 하는 마음가짐을 내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자부심, 책임감, 전문성, 소통, 변화 주도, 그리고 신뢰와 신념이라는 7가지의 마음가짐이다.
내가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그래서 꼭 전해주고 싶은 이 7가지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나씩 하고자 한다.
부족한 글이지만, 부디 이 글이 인사담당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