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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이후의 영화

by 신지승

마을영화: 예술과 공동체의 조화

예술은 언제나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마을영화는 생활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는 선비가 먹을 화선지에 뿌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점과 선을 가지고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것과도 같다. 잭슨 폴록의 물감을 흩뿌리는 방식이나 쇼팽이 귀족들의 사교모임에서 즉흥적으로 음 하나를 가지고 음악을 만드는 과정처럼, 계획되지 않은 창작에서 나오는 즉흥성과 진정성이 마을영화의 본질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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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술의 본질과 민중적 가치

인류의 첫 예술작품인 동굴벽화는 평범한 생활인들이 자신들의 삶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은 왕과 귀족만을 대상으로 한 창작으로 변질되었다. 자연주의 화가 밀레는 전염병을 피해 농촌으로 가서 평범한 농민들의 삶을 그리며 예술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의 ‘이삭을 줍는 사람들’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작품이었다. 마찬가지로 마을영화는 엘리트 예술이 아닌 민초들의 삶과 예술가의 시선이 만나 역사를 이루는 작업이다.

마을영화는 좌파적 슬로건이나 추상적 개념으로 민중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민중은 위대하다’는 추상적 주장에서 벗어나 그들의 고유한 개성과 이야기를 발굴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일본 애니메이션이 신변잡기적이고 잔잔한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일상의 드라마를 그려낸다면, 마을영화는 일상의 실재성과 주민들의 캐릭터를 살리며 그들 고유의 이야기를 영화로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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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난과 소박함에서 찾는 가치

가난은 보편적이며, 이를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가난은 하나의 재산이 될 수 있다. 도시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모질고 독한 반면, 시골 사람들, 특히 할머니들은 인간적이고 소박한 매력을 지닌다. 이는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진실함에서 나온다. 화려한 상업영화에 비해 마을영화가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장이나 조명 없이 소박한 라이브 연기를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한다.

3. 공동체와 예술의 조우

마을영화는 개인 예술의 한계를 넘어선다. 이는 상업영화처럼 군대식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과 수준에 맞는 디자인과 시스템을 통합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모여 공동체의 스토리가 되고, 이는 곧 예술로 승화된다.

돌탑을 쌓는 것처럼 각자의 상처와 염원, 기도가 모여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돌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의미를 지닌다. 이는 노예 노동으로 쌓은 피라미드와 달리, 인간의 영혼이 담긴 창작물이다. 마을영화는 이러한 돌탑과 같은 예술이다. 돈과 물질이 아닌 진실함과 염원이 모여 만들어진다. 이는 단순히 예술적 성취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명예와 경제적 가치를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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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민중과 예술의 상생

뛰어난 예술가는 자신만의 창작에 머무르지 않고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한다. 예술의 진정한 완성은 이러한 공동체적 상생에서 비롯된다. 백남준의 작품이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면, 마을영화는 변방의 할머니들에게 예술적 자아를 일깨운다. 이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예술의 형태이며, 삶 그 자체를 담은 진정한 창작이다.

마을영화는 독립영화와도 다르다. 이는 감독 중심의 수직적 구조가 아닌, 공동체와 수평적으로 어울리며 콘텐츠를 생산한다. 이런 방식은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할 수 있다. 마을영화는 개개인의 삶을 조명하며, 각자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결론: 새로운 시대의 예술

마을영화는 단순한 영화 제작이 아니다. 이는 공동체와의 조우, 그리고 그들 고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예술이다.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소박함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며, 엘리트 중심의 예술에서 벗어나 민중과 함께하는 창작 과정. 이것이 마을영화의 본질이다. 삶의 철학을 깨닫게 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예술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예술을 열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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