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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의 세례

by 신지승


때로 잔인한 드라마가 숨어 있다. 나에게 고통스런 기억은 아홉 살,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였다. 담임선생은 나를 앞으로 불러 세우고, 무언의 선고처럼 윗옷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시작된 폭력. 첫 타격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해 몸이 비틀거렸다. 두 번째, 세 번째, 뺨은 연이어 터졌고, 나는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밀려나면 기어이 다시 그 자리로 끌려갔다. 뺨 위로 쏟아지는 분노의 세례 속에 나는 속으로 숫자를 헤아렸다. 스무 대, 아니, 숫자를 잃을 만큼 셀 수 없이 많은 뺨들이 내 얼굴을 강타했다. 온몸의 혼을 실어 날아든 폭력, 그 속에서 나는 무너지는 내 몸과 숨죽인 채 나를 지켜보던 친구들의 눈빛을 보았다. 친한 친구들 앞에서 속절없이 부서지던 그날의 수치심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시절, 간혹 어린아이에게도 폭력이 가해지곤 했지만, 그처럼 난폭하고 무자비한 폭력은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날의 폭력은 한 장의 성적표에서 비롯되었다. 두 번의 시험 평균으로 알고 있던 성적이 한 번의 시험 점수로 기입되어 있었고, 나는 장난스레 그 성적표를 고쳤다. 그리고 태연하게 어머니께 그 사실을 고백했다. 이후 선생의 가정방문이 있었다. 어머니는 선생에게 나의 ‘장난’을 이야기했고, 선생은 웃으며 이해하는 듯했다. 심지어 당시 관행처럼 오가던 촌지까지 받아갔으니, 모든 것이 평화롭게 마무리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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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트머리국제마을영화제 집행위원장 -생활인과 공동창작 ,탈상업적 상상력의 대중창작시대 돌로 영화만들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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