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의 변화 속에서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
2000년 남북정상회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11년만에 세번째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측 구역 내 평화의 집에서 제 1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같은 해 5월 26일 , 9월8일 2,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 , 양측대표단이 회담에 참석하였으며 표어는 “평화, 새로운 시작”이었다.
1953년 7월 27일, 한국 전쟁 휴전 협상 문서 한 장으로 6.25 전쟁이 중단되며 조선은 공식적으로 38선을 경계로 분단되어 각각 ‘북조선’ 과 ‘대한민국’ 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이후 분단 74년 째에 접어들었다. 남북의 관계가 지금처럼 좋았던 때가 있었을까? 2018년에는 노무현 정부 이후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 단일팀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과 여러 국제 대회에 참가를 하는 등 변화를 이루어내었다. (단일팀의 기는 한반도기, 국가는 아리랑을 사용한다)
필자는 재밌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의 다음 세대에는 통일국가가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역사를 배워야 할 것이라면서.
2018년 12월에 니콜라스 보너라는 영국인이 수년간 수집한 북한의 우표, 포장지, 만화책, 초대장, 선전(프로파간다)포스터 등을 포함하는 컬렉션을 소개하는 전시인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 북한 그래픽디자인展>이 열렸다. 이에 약간의 책임의식을 담아 분단 역사 속 남북의 시각 문화 콘텐츠 중 ‘선전화’를 대상으로 아카이빙해보기로 한다.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직접 그려진 북한의 선전화(포스터)는 강렬한 색상과 구성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 이유는 공산권 국가들의 프로파간다적인 디자인 포맷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북한의 고유 언어와 색감으로 구성한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한에서는 어떤 종류의 선전화가 있을까?
한국의 근,현대포스터는 쥐잡기, 절미운동, 반공, 새마을운동, 산아제한 등 다양한 목적에서 제작됐으며, 집권층의 국민 계몽의도를 반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 1970년 4월에 당시 박정희 정권이 전개한 농촌 계몽 운동인 “새마을 운동”에서는 흥미로운 디자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새마을의 대표적 상징물은 ‘새마을기’이다. 초록색 바탕에 노란색 동그라미 그리고 그 안에 초록색 새싹이 자라나는 모습을 담은 로고에 박정희의 글씨로 새마을이라는 흰 글씨를 쓴 깃발로 1970년 새마을운동 초창기 때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녹색바탕은 농촌의 녹색혁명을 상징하며, 황색원은 협동과 부 및 무한한 가능성을 표시, 녹색의 잎과 싹은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정신 및 희망과 소득을 상징, 줄기의 밑이 넓은 것은 안정과 번영을 표시한다. 이는 드물게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자면 농활 봉사활동을 한다거나 체육대회에서 단체복을 만들 때 사용하는 등, 일종의 빈티지/농촌 느낌이 나는 표식으로 사용 중인 듯 하다.
남북의 선전화를 수집하고 분류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북한의 선전화에는 기술적인 변화 이외에 그 포맷에 큰 변동이 없는 반면 남한의 포스터 디자인에는 시대 별로 엄청난 변화가 존재하며 지난 시간 속의 그것들은 흔히들 말하는 ‘촌스럽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북과 남이 오늘 이렇게 다시 두 손을 맞잡기까지 참으로 긴 시간이 흘렀고 우리 모두는 너무 오랫동안 이 만남을 한마음으로 기다려왔습니다. 정작 마주 서고 보니 북과 남은 역시 서로 갈라져 살 수 없는 한 혈육이며 그 어느 이웃에도 비길 수 없는 동족이라는 것을 가슴 뭉클하게 절감 하게 되었습니다. 이토록 지척에 살고 있는 우리는 대결하여 싸워야 할 이(異)민족이 아니라 단합하여 화목하게 살아야 할 한 핏줄을 이룬 한민족입니다....”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선언’ 중
남북의 화합에 있어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반쯤 재미로 시작한 한반도 프로파간다 포스터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토파보기는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또 다른 한 걸음을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