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올해로 30살이 된 나는 현재 내 인생 최고의 무료함을 느끼고 있다. 20대 초 중반엔 여기저기 놀러 다니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었던 것 같은데 요 근래 나는 사는 게 너무 지겹다.
대학 졸업 후 그냥저냥 한 직장에 취업해 이십 대를 다 보내고 나니 일에 대한 지루함도 어지간히 있는 듯하다. 결국 작년 스물아홉에 번아웃이 제대로 와서 우울+무기력증에 빠져버렸다. 번아웃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남들처럼 취미를 찾아보고자 여행은 물론 춤, 커피, 그림, 꽃꽂이 등 여러 클래스도 다녀보고 했지만 뭐든 빨리 질리는 나에겐 결과적으로 돈만 날린 셈. (그나마 홈베이킹이 오래가는 중)
아니면 아예 직업을 바꿔볼까? 해서 평소 배우고 싶었던 포토샵학원도 다녀보았지만 이마저도 질려서 그만두고 말았다. 결국은 더 우울해져 버린 상황. 최악이다.
그러던 어느 쉬는 날 평소와 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널부러져 멍 때리던 중 나는 불현듯 중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중학교 때 참 재미있었는데 왜 그랬었지?’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그 시절 나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학교 도서관을 가는 것을 좋아했으며 하교 후에는 인터넷 카페에 직접 쓴 소설을 올리곤 했었다. 소설도 나름 반응이 좋았어서 신나게 썼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때까지 책을 참 많이 읽었다. 방학이 되면 엄마, 동생과 도서관에 가서 책 빌려 읽는 것이 낛이였더라. 더위를 많이 타서 여름에 나가는 걸 싫어하는 내가 그 더운 여름방학에 책을 빌리려 도서관까지 걸어갔던걸 보면 어지간히 좋아했었나 보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때만큼 책을 읽진 못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책을 구입하고 읽었다. 생각해 보니 성인이 된 후엔 도서관은 가지 않았지만 교보문고나 독립서점,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구경하는 걸 즐겼다. 한 번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집중했었고 이쁘게 꾸며진 독립서점들은 들어가는 거 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난 벌떡 일어나 이렇게 내뱉었다.
“나 책을 꽤나 사랑하고 있었네?”
그리고 내가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답은 바로 음식이었다. 나는 예전엔 소설 지금은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여전히 변하지 않은 취향을 고르자면 음식이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요리레시피나 음식의 관한 책들을 좋아한다. 특히나 추억이 담긴 푸드에세이는 정말 애정한달까? 내 책장에 있는 푸드에세이 책들을 꺼내 다시 읽으며 든 생각은 나도 쓰고 싶다..! 나만의 추억이 담긴 푸드 에세이를! 였다.
그리고 바로 나의 이 글을 어디에 써야 하나 고민하며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찾아낸 것이 바로 ‘브런치‘ 다. 사이트 가입 후 신이 나서 친구에게 “나도 푸드에세이를 써볼까 봐!”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너처럼 입 짧은 애가 무슨 푸드에세이야?”
순간 머리가 띵... ‘그러네...? 나처럼 입 짧은 사람이 음식 관련 에세이를 써도 되는 걸까?...’ 친구의 그 말에 안 그래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나는 며칠 동안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민을 한 결과 나온 것은
‘뭐 어때? 내가 쓰겠다는데? 입은 짧지만 음식은 맛있게 먹는다고!‘
였다.
입이 짧다고 음식을 싫어하거나 먹는 걸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빨리 질리고 위가 작아서 적게 먹는 거일뿐, 맛집 찾아가는 것도 좋아하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는걸! 오히려 나 미식가 일지도? (농담)
아무튼간에 누가 뭐라 하건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거 좀 해 보련다. 결과를 따지기보단 내가 했을 때 그냥 맘 편한 것, 즐거운 것! 나의 추억의 음식이나 좋아하는 것에 대해 찬찬히 글로 써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