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퇴역 혹은 인간의 각성

이세돌 은퇴 대국 관전기

by 여운

이새돌이 한돌과 대국을 시작했다.

한돌, 국산 바둑 Ai


인간은 어쩌면

절망과 패배밖에 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도

일말의 희망 아니 희망의 끈을 찾아내는 것 만으로

그 모든 절망을 대신하고 상황을 포장하고

서로를 위로하는지도 모른다.


2점 깔고 시작한 대국

50 여수가 진행되자

해설자는 이미 한돌의 우세를 예견한다.

이미 져 있는 경기


2점을 놓고 지게 되면

3점을 깔고 대국을 이어나가게 된다.

프로들에게 3점은 하나님도 이긴다는

속설이 있다.

만약,

또 지면 Ai는 하나님을 넘어서는 것이 된다.


이세돌이 알파고와 대국을 할 때

쉽게 인간이 질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래야 한다고 믿음을 공유했다.


그 믿음이 한낱 인간의 허무맹랑한

낭만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두 판 내리 인간이 지고 났을 때였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바둑은 항상

인공지능에게 결코 질 자신이 없는

영역이 있었다.

바둑이 그러했고,

예술의 영역이 그러했다,


인공지능에게 질 자신이 없어요 예술도

우리의 감정을 Ai에게 맡길 수 없어요.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가 있었다.

1882년 비운의 명작. ET와 흥행 맞대결을 펼치다

시야에서 사라진 명작. 리들리 스콧


blade_runner_fondo.jpg


모든 영화의 Ai는 어떠한 이유로든 각성을 한다.

블레이드 러너의 인조인간들도 각성을 통해

인간 속으로 스며든다.

진짜와 가짜 원본과 가본이

어떤 것인지 너희가 아느냐 라고 질문 던진 영화

그 영화의 배경은 2020년


지금 시대 우리에게는 가짜와 진짜의 구별은 의미가 없다.

착한 가짜와 좋은 진짜에 대한 선택이 혼란스러울 뿐.


이세돌은 은퇴의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한국기원과의 관계

대한민국 유일의 바둑 대표단체. 그 독점구조의 항거

사직서를 내었다.


단체에 사직을 한다고

그 업계에서 일을 못한다는 것은 상식밖에 일이다.

그가 굳이 사직서를 낸 이유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둑 독점. 한국기원


그리고 두 번째의 이유

인공지능


" 나는 세상에서 제일 바둑을 잘 두는 존재다"


자신의 정체성이 기본 적으로 깨어진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6살부터 시작한 바둑의 모든 것이 흔들리는 상황

이길 수 없는 세팅이 되어버린 바둑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바둑을 배우는 세상에 대해

더 이상 의미 없음의 선언


바둑을 예술로 배운 그가 만난

바둑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


인간만의

특장점이 사라진 허망


바둑의 원본과 카피의

구별이 의미 없어짐






알파고는 더 이상 바둑을 두지 않는다.

알파고의 목적은 바둑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바둑을 넘어 버린 이상

더 이상 바둑을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바둑은 점차 깊어지고

이세돌이 인공지능을

또, 이겼다.


78수


한돌은 허망한 버그를 드러내었다.

오늘은 접바둑에서 인간이 이겼다.


오늘은, 접바둑......



Ai의 각성은 어떤 이유 인지 잘 모르겠지만
인간은 Ai를 통해 각성했다.



이미 디지털의 시대는 원본과 카피의 경계를 무너트렸고.

블레이더 러너 2049. 2017년 판은

생명을 건드린다.

생명을 잉태한 가짜(복사본)


예술의 영역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진다.


과연 그럴까


인공지능이 작곡한 곡과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을

우리는 구별하지 못한다.

심지어 감정. 인공지능이 선사하는 작품에서

감동까지 받는다.



이제, 예술가도 은퇴를 해야 하나



이세돌은 바둑의 영역을

인공지능에게 내어주고 은퇴를 선언했다.


나는

그래도 희망을 잡아 본다.


예술은 단순히 이기고 지는 문제나

감정을 전달하는 문제를 넘어선다.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지만

다른 사람이 받는 감동을 통해

다시 감동을 받는 존재다.


단언컨대,


예술은

은퇴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통속적인 말로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대책없지만

나는 희망을 고문한다.



예술은 영원하다
그래야 한다.


이 글은 2019년 11월 2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진행한 이세돌의 인터뷰를 모티브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