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아침 가정예배 설교문
내일은 추석입니다. 해마다 아버지의 집에 모여 3대가 함께 교회에서 준비해준 추석예배 순서에 따라 예배해 왔습니다. 본문을 묵상하면서 교회에서 준비해 주신 설교 대신 우리가정의 구체적인 상황과 기도의 제목으로 묵상하며 설교문을 적었습니다. 최근 요양원에 입소한 어머니와 그 것을 함께 힘겨워 하시는 구순의 아버님 그리고 이번달에 결혼식이 잡힌 큰딸 복잡하고 힘든 시기를 감사와 소망을 품고 승리하기 원하며 설교문을 준비했습니다.
본문말씀
13절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임을 증언하였으니
14절그들이 이같이 말하는 것은 자기들이 본향 찾는 자임을 나타냄이라.
15절그들이 나온 바 본향을 생각하였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16절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히브리서 11장 13 ~16절
우리 가정의 시간은 지금 두 개의 계절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한 세대의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다른 세대의 아침이 동쪽에서 밝아오는 듯한 풍경입니다.
한쪽은 신앙의 계절이 깊어지는 시간입니다. 평생을 기도로 살아오신 어머니께서 이제 하나님이 허락하신 쉼의 자리에서 새로운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사랑의 기다림으로 어머니를 품고 계십니다. 이것은 믿음의 한 장을 덮고 새로운 장을 준비하는 시간이며, 때로는 인간의 힘으로 붙들 수 없는 삶의 영역입니다.
다른 한쪽은 새로 시작되는 약속의 계절입니다. 큰딸이 새로운 언약을 맺고 믿음의 가정을 세우려 합니다. 작은딸은 자신의 미래를 향한 소중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생명력과 기대, 그리고 하나님의 축복이 담긴 희망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삶의 깊은 슬픔과 경이로운 기쁨이 한 식탁 위에서 만나는 순간, 우리는 묻게 됩니다. 이 상반된 두 풍경은 결국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한 걸음 뒤에 물러나서 바라보면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이 예비하신 한 성(城)을 향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저무는 세대의 믿음이 떠오르는 세대의 등불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히브리서 11장 말씀은, 바로 이 삶의 교차점에서 혼란과 희망을 동시에 붙들고 서 있는 이들에게 주시는 하늘의 위로이자, 세대를 잇는 믿음의 방향입니다.
믿음의 조상들의 삶은 역설의 증언입니다. 그들은 하나님께로부터 가장 분명하고 놀라운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들이 그 약속의 완성을 이 땅에서 보지 못하고 믿음을 따라 세상을 떠났다고 기록합니다.
우리는 어머니의 긴 여정을 바라봅니다. 평생을 헌신하며 기도하셨으나, 우리의 간절한 소망처럼 모든 고통이 해소된 '육신의 완벽한 회복'이라는 결과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 미완의 현실 앞에서 때로 낙심과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믿음은 결과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약속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 안에서 완성되고 있는 중입니다. 믿음의 조상들이 약속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이 땅을 걸었듯, 어머니의 긴 여정 또한 보이지 않는 영원한 완성을 향한 숭고한 믿음의 행진을 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미완으로 보이는 현실 속에서도, 당신의 신실하심으로 가장 완전하게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의 믿음은 그 일하심에 대한 확실한 신뢰입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쉼의 자리는 어머니에게 낯선 공간일 수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해진 당신의 몸은 익숙했던 일상과 단절된 낯선 현실입니다. 아버지는 그곳을 오가며, 당신의 헌신적인 사랑이 새로운 모양으로 다시 써지는 낯선 시간을 걷고 계십니다. 우리는 모두 익숙하지 않은 슬픔과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히브리서 기자는 말합니다. "그들이 만일 떠나온 본향을 생각하였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히 11:15). 믿음의 사람들은 육신의 고향, 익숙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 땅의 낯섦을 껴안으며 스스로 나그네임을 증언했습니다.
낯섦은 곧 믿음의 증거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 완전히 안주하지 못하고 어딘가 낯설음을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 땅이 아닌 하늘의 시민이기 때문입니다. 나그네의 눈물은 이 땅의 고통에 대한 절망이 아니라, 영원한 안식처인 본향을 향한 간절한 고백이 됩니다. 하나님은 낯선 길 위에서도 우리에게 길이 되어 주시고, 우리가 겪는 상실의 무게만큼 하늘의 소망을 더욱 뚜렷하게 비추십니다.
인간의 고통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영원을 사모하게 됩니다. 눈물은 이 땅의 유한한 경계를 넘어 영원을 향해 열리는 신앙의 창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은 일시적인 '육신의 회복'을 넘어선, 하늘에 있는 완전한 안식과 회복, 곧 더 나은 본향입니다.
이 본향은 우리의 모든 아픔이 닦이고, 우리의 모든 헌신이 완성되는 자리입니다. 어머니의 순례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회복의 자리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모든 기다림과 미완의 이야기가 하나님의 손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이 본향을 향한 간절함이 세대의 소망을 잇는 힘이 됩니다. 어머니가 평생 걸어오신 그 믿음의 길이 세대의 출발점이 되어, 큰딸의 새로운 가정으로 이어지고, 작은딸의 앞날을 견고하게 합니다. 절망의 끝은 늘 소망의 문입니다. 하나님은 고통의 순간에도 당신의 자녀들에게 하늘을 사모하는 갈망을 심어주심으로, 세대마다 믿음의 불씨를 잇게 하십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 모든 믿음의 여정이 수렴하는 종착점을 선언합니다. 그들이 사모했던 '더 나은 본향'은 바로 "하나님이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는 약속으로 완성됩니다.
이 성은 단순한 미래의 장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준비하신 영원한 도성입니다. 그곳은 어머니께서 영원한 안식과 회복을 누리실 곳이며, 아버지의 헌신이 면류관이 되는 곳입니다. 그곳은 큰딸 부부의 언약과 사랑이 영원히 완성되는 본향이며, 작은딸의 미래가 안전하게 보장되는 궁극적인 처소입니다. 더 불어 우리 부부의 영원히 거주할 월세걱정 없는 낙원입니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이 성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믿음, 우리 부부의 헌신, 그리고 자녀들의 새로운 출발이 하나로 이어지는 세대 통합의 자리입니다. 이 가정의 모든 세대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 하나의 성을 향해 순례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았던 그 모든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 기꺼이 우리의 하나님이라 불리십니다. 우리가 그 성을 사모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언약의 날이 우리 가정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눈물과 기도로 지나온 세월을 감사로 묶고, 새로운 세대가 믿음의 집을 세우는 이 기적 같은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 기쁨과 아픔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우리 가정의 모든 역사를 하나님의 은혜로 고백하게 됩니다.
우리의 감사는 세 세대를 잇는 언어입니다.
우리는 먼저 어머니와 아버지의 세대를 위해 감사드립니다. 당신들의 긴 순례와 헌신적인 사랑, 그리고 믿음으로 지켜주신 은혜의 뿌리에 감사드립니다. 아버지의 사랑의 기다림과 어머니의 쉼의 시간은 우리에게 약속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당신들의 순례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딸의 결혼과 작은딸의 미래라는 소망의 계승을 위해 감사드립니다. 딸들의 새로운 출발은 하나님께서 베푸실 선한 미래에 대한 확실한 언약입니다. 믿음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다음 세대의 아침을 밝히는 등불이 되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관계와 삶 자체에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감사는 단순한 마음의 태도를 넘어, 미래의 약속을 오늘의 현실로 옮겨오는 믿음의 언어입니다.
감사할 때, 우리는 천국을 미리 누립니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한 성'은 먼 하늘 너머의 도성이 아닙니다. 그 성은 바로 우리가 고통 중에도 서로를 감사로 품고, 사랑으로 용납하며, 함께 무릎 꿇는 이 자리 위에 세워집니다. 하나님은 감사하는 자에게 그분의 성을 지금 이 자리에서 열어주십니다. 우리가 낯선 고통 속에서도 소망을 붙들 때, 천국은 이미 우리의 현실이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 가정의 모든 눈물과 결단, 그리고 축복의 기도는 이 감사의 신앙으로 하나가 됩니다. 이 감사가 곧 하나님이 우리 안에 지으신 천국이며, 그 한 성이 이미 우리 가운데 서 있습니다.
“믿음을 따라 살고, 믿음을 따라 기다리며, 믿음을 따라 감사하는 가정. 그 감사의 고백 속에서 우리는 이미 하나님이 예비하신 한 성의 빛을 누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감사가 내일의 천국을 여는 열쇠가 되기를, 이 소망의 축복이 우리 가정의 모든 세대 위에 영원토록 비추기를 축원합니다.
2025년 추석 가정예배 설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