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벗지 말걸 그랬어>

웃음이 빵 터지는 <벗지 말걸 그랬어> -글`그림 요시타케 신스케

by 김경애

얼마 전 서평단 모임에서 책 추천을 받았습니다. <있으려나 서점>입니다. 만화와 책의 경계를 오가는 이 책을 쓴 사람은 요시타케 신스케. 책은 도서관과 서점을 향한 저자의 ‘사랑고백’처럼 읽혔습니다. 그날 함께 소개를 받은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이 <벗지 말걸 그랬어>입니다.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빌려 옵니다. 작고 가벼운 이 책이 묵직한 즐거움을 주네요.



<벗지 말걸 그랬어>


옷을 벗다가 머리에 걸려 벗을 수 없게 된 꼬마가 그림책의 주인공입니다.



엄마가 “목욕해야지”라고 하시며 급하게 벗기려고 하다 걸려 버렸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벗을 수 있단 말이야!”라는 아이의 말에 엄마는 벗기려다 내버려 두었나 봅니다. 제 아이들의 어렸을 때가 떠오릅니다. 뭐든지 “내가! 내가 할 테야!”라며 혼자 하려고 할 때가 있었죠. 흘리고 깨고 주변을 어지럽히며 말이죠. 우리의 주인공도 딱 그런 나이입니다.

꼬마는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았는데, 아무리 해도 벗을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평생 못 벗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여러 상상을 해 봅니다.


옷 너머로 앞이 조금 비쳐 보이니까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기도 합니다. 옷이 걸려 있어도 훌륭하게 자란 사람은 많을 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맘껏 상상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목이 마르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골똘히 생각하다 빨대를 기억자로 꺾어 마시는 기발함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옷이 목에 걸린 아이가 나 말고도 또 있을지 몰라. 틀림없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야. 보나 마나 금세 친해질 게 분명해’ 옷이 목에 걸린 친구와 함께 뒹굴며 노는 상상의 세계가 재미있습니다.



이제는 배가 조금씩 시려온 주인공. 그래도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합니다.

‘아! 어쩌면 바지를 먼저 벗으면 되지 않을까?’ 바지를 벗던 주인공, 바지마저 다리에 걸렸습니다.

.......벗지 말걸...... 이젠 정말 망했어.



옷 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 아이의 표정을 상상하니 웃음이 빵 터집니다. 꼬맹이의 하얀 팬티가 얼마나 귀여운지요!


난감한 이 상황에 엄마가 방으로 들어옵니다. 엄마는 무심하게 한 손으로 주인공을 가볍게 옆구리에 끼어 들어올립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차례대로 옷을 휙휙 벗기면서 욕실로 데려가네요. 엄마의 익숙한 손놀림이 이어집니다. 비누를 몽글몽글 풀어 온몸을 쓱쓱 싹싹 문지릅니다. 샤워기로 쏴아 물을 쏘아 헹구고는 수건으로 물기를 쓱쓱 닦아냅니다.


엄마가 주신 잠옷을 받아 든 주인공의 표정이 볼 만합니다.

‘........결국 맨날 엄마가 하라는 대로다’

자존심이 팍팍 상한 얼굴입니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내 일쯤은 모두 나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중얼거리며 잠옷을 입는 주인공. 이젠 잠옷이 머리에 걸려서 입을 수 없네요. 마지막 장면까지 저자는 웃음을 선물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요시타케 신스케'를 소개합니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1973년 일본에서 태어난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40세 전후에 그림책 작가로 본격 데뷔한 늦깎이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사진을 찾아보니 빙그레 웃는 개구쟁이 얼굴을 하고 있네요.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벗지 말걸 그랬어>는 출간 이후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볼로냐 라가치상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매년 수여하는 국제 어린이·청소년 도서상입니다. 아동문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라서 ‘그림책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고 하네요.


목욕하려고 벗던 옷이 머리에 걸린 사소한 일상을 유머스럽게 풀어낸 저자의 아이디어가 신선합니다. 자잘한 일들을 스스로 해내며 아이들의 자존감은 한 뼘씩 자라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