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꽃에 미친 김 군>

한 겨울에 보기 좋은 그림책, <꽃에 미친 김 군> - 글, 그림 김동성

by 김경애


한 겨울에 보기 좋은 그림책, <꽃에 미친 김 군>


몹시도 추운 지난 12월 어느 날, 길은 미끄럽지만 조심조심 그림책 모임을 가졌습니다. 추위 탓에 우리가 만난 카페에는 손님이 적어 휑한 느낌마저 들었지요.


저는 ‘꽃 피는 봄에 소개해 줘야지’라 생각하며 아껴 두었던 <꽃에 미친 김 군>을 들고 갔습니다. 쨍하니 추운 겨울에 꽃 그림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였죠. 제 예상이 딱 맞았습니다. 분홍 바탕에 활짝 핀 작약이 가득한 표지그림부터 멤버들의 눈을 사로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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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넘길 때마다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꽁꽁 언 흑백의 세상에 화려한 꽃 그림을 보니 우리 모두의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그림책이 가진 힘입니다.


꽃에 미친 김 군은 누구?


꽃에 미친 김 군은 김덕형입니다. 책 말미에 그에 대한 소개가 있지만 좀 더 알아봅니다. 김덕형은 18세기 조선 영조·정조 대에 활동한 인물로, 1750년경 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중인 출신으로 정조가 만든 규장각의 서리로 근무하며 문서 업무를 보던 실무 관료 계층이었습니다. 도화서의 전문 화가는 아니었네요.


그는 꽃과 식물을 그리는 데에 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규장각에서 함께 일했던 실학자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 등과 교류했고, 이들 역시 그의 그림 실력을 여러 글에서 언급했다고 합니다.


김덕형은 새벽부터 밤까지 꽃만 바라보며 줄기 하나, 솜털 하나까지 세밀하게 그리는 화훼·식물 그림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각종 꽃을 모아 그린 화집이 바로 ‘백화보(百花譜)’입니다. ‘백 가지 꽃의 기록’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제목 그대로 오늘날의 식물도감 같은 성격의 그림책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백화보’ 원본은 현재 전하지 않고, 박제가의 서문과 후대 기록을 통해서만 그 책의 존재를 알 수 있습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실학자 박제가(1750~1805)는 김덕형의 책 <백화보>의 서문인 <백화보서>에서 김덕형을 ‘김 군’이라 부르며 꽃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높이 칭송했습니다.


김덕형은 늘 화원으로 날쌔게 달려간다.

꽃만 바라보고는 하루 종일 꿈쩍도 하지 않는다.

꽃 아래 자리를 마련해 그대로 누워 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손님이 와도 아무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김덕형이 미쳤거나,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손가락질하고 비웃는다.

- 《백화보》 서문 중에서


김덕형의 이런 모습을 김동성 작가가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그림책 세계로 함께 들어가 보기로 해요.



마침내 꽃이 된 <꽃에 미친 김 군>


소담하게 핀 민들레꽃을 신기하게 보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담장 위의 나팔꽃이 절로 열리는 모습을 보면서 꽃의 세계에 빠져들었죠.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도 늘 꽃을 가까이하며 살았습니다. 김 군이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꽃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밤사이 안부를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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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군은 하루도 빠짐없이 꽃 책을 읽고

꽃 그림을 보고, 꽃 시를 읊고, 꽃 차를 마셨다.

쉬는 날이면 아예 자리를 깔고 드러누워 하루 종일 꽃만 바라보거나

꽃 피는 모습을 놓치기 싫어 손님이 찾아와도 금세 자리를 뜨기 일쑤였다.


풍성한 등나무꽃을 보세요. 너무나 아름다워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탄성을 질렀습니다. 등나무 아래에 깐 자리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꽃 감상 중인 김 군,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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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철쭉 피어나는 봄이 오면

꽃에 대한 김 군의 설렘도 기지개를 켰고

싱그러운 여름을 머금은 초롱꽃 덕에

김 군의 마음 또한 풍성해졌다.


초롱꽃을 만지는 김 군의 손 끝에서 꽃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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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국화의 은은한 향기는

김 군의 섬세함이 되었고


국화꽃 향기 속으로 빨려들 듯하네요. 김 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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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매화의 고고한 자태는

봄을 기다리는 김 군의 간절한 바람이 되었다.


눈 속의 홍매입니다. 꽃을 사랑하는 김 군의 단아한 모습과 정말 잘 어울리죠? 이 그림책에서 제가 좋아하는 두 그림은 등나무꽃과 홍매입니다.

제 마음속에서 우열을 다투다가,,,,,

공동 1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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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스승 삼고 꽃을 벗 삼으니

꽃에 관해서는 그를 넘을 자가 없을 만큼 그 세계가 넓고도 깊다.

이제 그의 붓 끝에서 이 세상 모든 꽃들이 다시 태어난다

두 눈으로 꽃을 그리고 마음으로 잎을 그리니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빛난다.


<백화보>를 그리고 있는 김 군입니다.

책이 남아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 커지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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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꽃의 아름다움만은 변치 않으리.

언제까지고 꽃과 함께라면 미친 사람이라 불려도 좋으리라

한평생 꽃을 제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던 김 군은 마침내 .......

이 되었다.


남녘에는 벌써 꽃 소식이 들려옵니다. 올해 맞이할 사계절의 꽃들은 저도 김 군의 마음이 되어 더 진하게 다가올 듯합니다. 여러분들도 꽃과 함께 다정한 새 봄을 맞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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