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또 하나의 처음을 열어냈고, 다음이 기대돼.
안녕하세요. 플러수렴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는 김밥입니다.
원래 해조류를 좋아하기도 하고
여러 재료의 식감을 한번에 느낄 수 있다는 매력도 있고
고소하고 간간한 밥맛도 좋고요.
가성비와 가심비를 만족시키는 훌륭한 음식이라 생각해요.
오랜만에 신랑 휴가 기념으로
'올해 벚꽃 환송 나들이'를 다녀왔는데요.
이번 나들이의 특별한 점은!
제가 직접 만든 김밥 도시락을 들고 갔다는 거였답니다!
재료를 사면서 알게 된 사실은,
생각보다 김밥용 김이 꽤 비싸다는 사실이었어요.
마트에서 제일 저렴한 걸 골랐는데도 10장에 2,390원이더라고요.
보통 프리미엄김밥이 아니면,
4000~5,000원에 한 줄을 사먹는데
그중 최소 200원은 김값이라는 계산이 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사 먹었던 김밥들이
재료와 노동에 비해 저렴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속재료 하나하나 손질하고 볶고, 밥 간 맞추고, 모양 예쁘게 말고…
예전에 김밥집 폐업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직접 재료를 구매해보니, 그 이유가 더 와닿았습니다.
제발, 김밥집들이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한 줄, 두 줄 쯤은 사먹는 게 합리적인,
우리의 소울푸드 김밥을
앞으로도 오래 사 먹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10줄용 김밥 재료 모듬이 7,000~9,000원쯤 하던데,
한 번에 다 쓰기도 어렵고
너무 익숙하고 평범한 김밥 느낌이라
편리해보이지만 끌리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일단은 김밥김만 구매하고,
새로 산 야채들을 활용해서
새로운 스타일의 김밥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도전의 결과! ▼
좀 더 잘 찍을 순 없었을까..
이 김밥의 이름은 '부추계란김밥.'
부추를 잘게 썰어, 밥 간할 때 함께 넣고 골고루 섞은 후,
스크램블 에그를 더했습니다.
그리고 나만의 변주. 방울토마토!
다른 레시피들에서는 단무지가 '킥'이라고 했는데,
단무지가 없었던 저는
비슷하게 아삭함과 상큼함을 줄 수 있는 재료로 방울토마토를 골라봤지요.
(게다가 토달볶(토마토 달걀 볶음)에서 이미 검증된 조합이기도 하니까요!)
완성 후엔 저렇게나 심플한 모습이지만
그 과정에서
주방은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었습니다.
바닥에 김 부스러기와 다진 부추 조각이 나뒹굴고,
김밥을 말던 도마 위에는 김이 감싸지 못해 이탈한
밥, 계란, 토마토 조각들이 잔뜩 흘러 있었습니다.
(4줄 싸고 모아보니, 밥 두 숟가락 분량은 튀어나왔더라고요)
밥 양에 비해 과하게 다진 남은 부추도 한가득.
급격히 빼빼해진 키친타올과 이것저것 닦아낸 키친타올 잔해들도 한가득.
칼도 4개나 썼답니다.
(부추 썰기용, 방울토마토 자르기용, 김밥 썰기용, 그리고 하나는... 저도 모르겠어요. 뭐였을까요.?)
도시락통에 담는 것까지 마치고 나니
거의 두 시간이 지났더라고요.
아침부터 정말, 부산했던 주방의 하루였습니다.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보면,
김밥을 쌀 때 어쩜 그렇게 정갈하게 잘들 하시는지요.
재료는 김 위에 고르게 놓이고,
말릴 때도 삐져나오는 것 하나 없이 깔끔하게 돌돌.
다들 처음엔,
저처럼 우당탕탕 시행착오를 겪으셨겠죠?
오늘의 부추계란김밥 도전!
간이 살짝 애매했고
주방도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지만
처음으로 김밥을 싸봤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함이 듭니다.
왠지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도요.
처음을 연다는 건 그런 것 같아요.
어설프고 서툴지만,
그만큼 더 기억에 남고,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는 작은 기쁨과
그 다음이 또 궁금해지는 마음.
오늘, 또 하나의 처음을 열어냈고,
다음이 기대되는 세상이 하나 추가되었어요.
남은 김밥김은 어떤 재료로 또 말아볼까요?
그때는 좀 더 맛있고 덜 터지는, 레벨업한 친구가 나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