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북니버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pmage Jan 10. 2022

전세사기,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열여덟 번째 책 / 『전세사기, 당할래? 피할래?』 - 장중호 作

작년 연말 즈음에 외사촌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녀석의 소식을 이모를 통해 간간히 들어왔지만 직접 연락을 받은 건 실로 수년만이었다. 살갑지 못한 녀석이 먼저 전화를 한 모양을 보니 도움이 필요한 듯싶다. 아니다 다를까 결혼식을 앞두고 신혼 전셋집을 구하지 못했단다. 상황이 이러니 서울 외곽의 수도권 전세 상황이 궁금해서 내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몇 가지 문답이 오갔다. 녀석은 신혼집 걱정보다 더 큰 걱정이 있었다. 그것은 전세사기 걱정이었다. 전세보증금을 지키지 못할 수 도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바를 동원해서 전세사기 막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렇게 해도 당할 수 있는 게 전세 사기라고 말이다.  


<출처: 부동산 감정원>

최근 모 건설사 유튜브 채널에서 부동산 전문가 5분을 모시고 2022년 부동산 전망 방송을 했었다. 유튜브 조회수는 꽤나 높았다. 항상 그렇듯이 어떤 것을 주제로 하던 대립구조는 사람들의 눈길을 당긴다. 특히 한국 가계자산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의 가격 전망은 더욱 그렇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실거래가 지수를 보면 2013년을 기점으로 부동산은 크고 작은 등락이 있었지만 2021년 말까지 상승했다. 저금리 부채 유동성이 실물경제가 아니라 금융자산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갔고, 주택보급률 통계를 근거로 펼쳤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의 실패는 무주택자들에게 FOMO(Fear of Missing Out: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는 증상)을 안겼다. 그리고 이는 2030 청년 세대에게 경제적/사회적 박탈감을 주었으며, 결국 '부동산 영끌'이라는 세태까지 낳았다.


<출처: 부동산 감정원>

하지만 2030 세대에게는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더 있다. 전세사기다. 부동산 자산의 상승만큼이나 전세 가격의 상승이 있었으며,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전세보증 사고금액의 건수와 액수 그리고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전세 사기를 당하고 싶은 청년이 누가 있을까? 전세보증금이 청년들에게 그냥 돈인가? 허름한 건물의 한평 남짓한 고시원이나 땅에게 겨우 허락한 햇빛 한 줌을 받는 반지하 방에서 안 먹고, 안 쓰고, 더 열심히 일해서 만든 청년들의 종잣돈 아닌가? 그러나 전세 물건이 줄고, 전세 가격은 치솟으니 청년들은 갈 곳이 없다. 그리고 이를 노리고 사기를 치는 중장년 사기꾼들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2030 청년들이 먹잇감이자 블루오션이었을 게다. 정말 나쁜 놈들이다.

혹자가 행여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사기를 당하냐고? 대형 포털이나  유튜브 가서 전세 사기 키워드 검색만 해도 많은 정보가 있는데 왜 당하느냐고? 하지만 내가 청년일 때도 인터넷이 있었고 대형 서점은 있었으나, 나조차도 법원 경매 공무원에게 경매 통지를 받았을 때 머리가 새하얗었다. 한참 넋이 나갔다가 순간 정신이 번뜩 나서 전세계약을 해준 부동산 중개소를 부리나케 찾아갔었다. 한마디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본 적 없고, 배워본 적이 없었다. 반면에 전세 사기는 지능화 고도화되어갔다. 그에 비해 여전히 전세사기 회피 기술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중개 소장의 두 손에 박카스를 안기거나, 등기부등본의 을구를 째려보거나, 집주인과 집주인의 신분증을 번갈아 보며 눈을 굴리거나, 이사 당일 짐 빼는 건 보지도 않고 주민센터로 달려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도장부터 받는 것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동산 매수 사기를 대비해 가입하는 '권원보험'과 유사한 '전세보증금 반환 보험'이 있다는 것이다.


<출처: KTV 화면캡처>

그러나, 최근 내가 유튜브 콘텐츠를 하면 조사한 바로는 '도시주택보증공사(이하 HUG)'의 대위변제 채권금액과 미휘수 금액이 점점 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전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대위변제) 집주인에게 청구권을 행사했으나 돌려받지 못한 금액이 늘어났고 그 상승률과 금액이 높다는 것이다. 반환보험 가입현황과 가입금액과  단순 비교해서 보면 HUG가 부실해져서 망할 길은 없겠지만, 그래도 증가율은 심각하다. 그만큼 전세 사고가 증가하고 있고, 돌려받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는 전세입자가 있다는 것이니까.


전세사기는 개인의 무지한 탓을 돌릴 수도 있겠으나 내 생각에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집주인과 중개인에 비해 전세계약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필요한 정보는 집주인과 중개인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정보를 확보하는데 필요한 법과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도 문제다. 내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공부를 해야 한다. 자산을 축적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한 가지는 자산을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몰랐다고 읍소 하기에는 법원 경매는 그간의 사정을 받아주지 않는다.


<언제 이런 집에 살아보나~>

영국처럼 '나쁜 임대인 공개 제도(Rogue landlord checker)'가 있는데 한국에는 논의되기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아직 공개된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 답답한 것은 이러한 제도를 적용해도 위정자의 잘못된 정책과 관련 감독기관의 부실한 인력과 모니터링이 지속된다면 규제 밖에서 전세사기는 계속 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사후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을 해야 그나마 세입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며 가장 사회적 비용도 적게 든다. 따라서 이런 판을 바꾸려면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하고 기울어진 판을 평평하게 해달라고 정치에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앞서 어떠한 사기가 반복되는지는 알고 피하자. 그렇기에 소개한 책 말고도 다른 루트의 사기피해 방지를 알아두자. 일단은 그게 먼저다.


- Fin -


※ 글과 사진은 동의를 받지 않고 상업적인 용도 사용 및 무단 게시/편집하는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저작권법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따라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잊어서는 안될 2008 금융위기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