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의 미소

고민을 해결해 준 인테리어 소품

by 검정바지

인터넷에서 인테리어 소품을 구경하다가 노숙자의 모습을 표현한 소품을 발견하게 되었다. 동물 소품에만 관심이 있었기에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금방이라도 분해될 것 같은 낡은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신기해서 이미지를 클릭하고 큰 화면으로 좀 더 자세히 보기로 했다.

중절모에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옷 스타일과 앉아 있는 의자까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서양의 노숙자를 표현한 것 같았다. 길거리에 흔히 있는 벤치에 기대앉아 왼팔은 길게 뻗어 등받이에 올리고 오른팔은 의자 바닥에 늘어지게 내려놓고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에 올린 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는데, 눈을 감은 채로 미소를 띠고 있는 걸 보니 어쩌면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노숙자의 미소는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눈가의 주름까지 미소에 반영되어 얼굴 전체에서 기쁨이 퍼져 나오는 것 같았고, 그 기쁨이 모니터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순간 마침내 오랜 시간 혼자서 고민해 오던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만큼 회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쌓여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퇴사는 막아 보려고 관심사를 다른 곳에 두기 위해 평소에 좋아하던 운동도 쉴 틈 없이 하고 일상적인 모임도 더 열심히 참여를 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은 당시에 잠깐의 즐거움만 줄 뿐 회사의 스트레스까지 없애 주지는 못했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퇴근 후에 집에 오면 다시 출근할 때까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만 쳐다보았다. 심지어 휴일에도 머릿속은 온통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어서 휴일 동안 무얼 하며 지냈는지 기억을 못 할 때도 많이 있었다. 직장을 옮기는 게 맞는 방법이겠지만 전문직 종사자도 아니어서 어떤 곳을 가더라도 신입부터 시작을 해야 했기에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매일 돈과 행복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던 와중에 이 소품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바로 소품을 구입하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을 한 다음 시간이 날 때마다 바라보면서 고민을 이어 갔다.


'번지르한 옷을 선택할 것인가? 행복한 미소를 선택할 것인가?'


사실 마음은 이미 후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지만, 누구도 내 선택을 응원해 주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단지 '보이는 행복'과 '내가 느끼는 행복' 사이를 어떻게 좁혀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스트레스는 계속해서 쌓여 가기만 했고, 예민한 성격은 더욱 날카로워져서 본인이 저지른 작은 실수에도 화를 주체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많이 가깝지도 않은 사람들한테까지 쉽게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무서운 건 따로 있었는데, 그건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출근에 대한 두려움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결국 나는 9년 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지만 주위의 시선은 예상했던 대로 차갑기만 했다. 회사를 그만두게 된 사연을 듣고 싶어 하기보다는 괜찮은 회사를 그만둔 것에 대한 아쉬움만 얘기할 뿐이었다. 정작 본인은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아쉬운 게 하나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사실 이유를 물어본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에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인테리어 소품의 노숙자처럼 행복하고 싶어서 그만두었습니다.'


어떤 누구도 납득을 하거나 공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퇴사와 동시에 새로운 직장을 바로 구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돈은 계속해서 줄어들기만 했다. 점점 가난해져서 언젠가는 정말로 노숙자처럼 누더기 옷을 입을 것 같았지만 내 선택에 대해서 절대 후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드디어 노숙자처럼 기쁨의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게 바뀐 건 바로 헤어 스타일이었다. 자존심을 버려 가면서 일을 하던 곳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곳으로 장소를 옮기니까 자연스럽게 외모를 가꾸기 시작했다. 또한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깊어지자 전보다 더 동료들을 챙기게 되었고, 주말에 무얼 하며 보낼지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건 더 이상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집까지 따라오지 않게 되어서 이제는 퇴근 후에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지고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점점 머릿속은 맑아지고 가슴은 시원해져 갔다. 일의 능률이 오르자 월급은 금방 올랐고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자 주위의 나쁜 시선들은 바로 사라졌다.


아마도 노숙자 인테리어 소품을 디자인 한 작가는 많은 동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했을 것이다. 꽃이나 강아지처럼 예쁘고 귀여운 걸 디자인했다면 소품이 더 많이 팔렸을 텐데 작가는 끝내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노숙자의 모습을 선택했다. 아무 고민도 없을 것 같은 옷차림을 하고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는 모습으로 유추해 보면 '완전한 휴식'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현대인들에게 '완전한 휴식'이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어쩌면 휴식을 넘어서 꿈꾸는 이상향을 표현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작품의 정확한 의미는 작가 본인만 알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작품이 한 남자의 선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노숙자 인테리어 소품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도 회사를 퇴사했을 것이다. 어쩌면 단지 퇴사를 위한 적당한 핑곗거리가 필요해서 인테리어 소품에 감정 이입을 하고, 한 번도 행복해 보지 못한 남자가 행복을 갈구하는 것처럼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자기 위안을 삼은 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복권 1등에 당첨이 되는 것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돈은 구걸을 해서라도 얻을 수 있지만, 행복은 오로지 자신만이 만들 수가 있다. 하지만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런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할 생각이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결국에는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냐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도전이나 고생을 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쌓을 때에도 사람들은 '투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