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는 ...

순자를 소개합니다.

by 검정바지

순자는

조상 대대로 한국 시골에서만 자손을 퍼뜨려 온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난 강아지다. 전체적으로 하얀색을 띠고 있고 양쪽 눈과 귀, 그리고 등 쪽에 듬성듬성 연한 갈색을 띠고 있다. 몸무게는 5kg 정도이며, 몸통이 긴 편이라 원피스를 입더라도 등허리 쪽까지 가려지지 않아서, 조금 길이가 긴 상의를 입은 것처럼 보인다.



순자는

아랫니가 윗니보다 돌출된 부정교합이고, 출생지와 어울리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산책을 하면서 이름을 부를 때마다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서 시선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고 작은 소리와 손짓에도 날카롭게 반응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인의 지인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바로 경계를 낮춘다.



순자는

가끔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며 마비가 오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증상이 올 때마다 최선을 다해 주물러 주기는 하지만 사실 큰 의미는 없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마비가 풀리기 때문에 간식으로 유도를 해서 스스로 몸을 움지이려고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다행히 횟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언제 갑자기 마비가 올 지 몰라서 항상 주의 깊게 보고 있어야 한다.



순자는

집에서 인형을 던져 주면 물어 오는 놀이를 좋아한다. 특히 돌기가 있는 연두색 헝겊 공과 닭다리 모양을 한 헝겊 인형을 좋아한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번갈아 가면서 인형을 물어 오긴 하는데, 바로 앞이 아니라 약간 떨어진 곳에 인형을 물어다 놓는 바람에 던져주는 사람이 인형을 줍기 위해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게 만든다. 아무래도 자기만 뛰어다니는 게 조금은 억울했던 모양이다.



순자는

외출하고 돌아온 주인을 보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드는데, 얼마나 격하게 흔드는지 엉덩이까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그렇게 엉덩이와 꼬리를 흔들면서 두 발로 서서 뽀뽀 세례를 한 다음, 거실에 있는 매트리스 위로 올라가서 벌러덩 누워 버린다. 바로 자신의 배를 만지라는 신호인데, 만져 줄 때까지 어서 하라는 듯이 발짓을 하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생략할 수가 없다.



순자는

시간을 빼앗아 가는 악마이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지 모른다. 밥을 먹고 있는 모습, 자고 있는 모습,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 등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밤이 찾아와 있다. 또한 눈앞에 없어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없애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그 강력한 힘은 하루의 스트레스까지 시간이라는 강물과 함께 흘러가도록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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