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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시 Oct 10. 2021

돈 쓰기 전에 커피값과 영화값을 떠올려봐!

이 돈이 관계와 건강, 그리고 자유에 도움이 되는가?

코로나 백신 2차를 맞고 몸살 기운이 있어 얼른 타이레놀을 먹었다. 약효는 즉각 나타났지만, 축 쳐지는 기운을 잠으로 날리기로 했다. 두 시간쯤 잤더니 몸이 상쾌해졌다. 자는 동안 땀이 나는 경험은 오랜만이었다. 컨디션이 좋아지니 슬슬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달리기 중독인 나는 달리기를 꾸역꾸역 참고 책을 사러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걸어갔다. 남자라는 동물은 목표를 정하면 그것으로 돌진한다고 한다. 목표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었다.


서점에 가서 책을 검색했지만 없었다. 대신 다른 책들이 열심히 나를 유혹했다. 돈 쓸 마음이 없었는데 책 앞에 나는 황진이 앞 조선 선비였다. 이것저것 고르고 네이버로 리뷰를 본 후 다섯 권을 샀다. 46,000원이었다. 서점에서 나와 집에 오는데 ABC마트가 "이리 와~"하며 나를 불렀다. 제일 예뻐 보이는 러닝화를 신었다. 딱 맞았다. 살까? 말까? 욕망을 꾹꾹 누르며 나왔다. 집에는 여러 개의 러닝화가 조강지처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였다.


어디에 돈을 쓰고 얼마나 써야 할지 나만의 독특한 기준이 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두 가지 반응이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오~", 다른 하나는 "별 시답잖은~"

일단 한번 들어보시라.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큰 요소는 관계, 건강, 자유라고 무명씨가 말했다. 관계는 가족, 친구 등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뜻한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하는 선물, 함께 하는 식사와 놀이 등은 행복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돈을 써야겠지?


건강은 어떨까? 건강하지 않은데 행복하다고 느끼면 정신이 나갔거나 고통을 초월한 경지에 이르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건강을 유지하고 병을 미리 발견하는 데 돈을 써야겠지? 평소에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검진을 받고, 아프면 치료를 하고, 때로는 건강식품도 먹어야 한다. 문득 드라마의 한 문장이 생각난다. 자식이 진짜 원하는 부모는 '유산 조금 남기는 부모가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가는 부모'라고. 돈을 더 원하는 자식아닌 ㅅㄲ들도 있겠지?


마지막은 자유다. 정확히는 돈과 시간으로부터의 자유다. 돈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걸 뜻한다. 돈이 많다면 시간도 자유롭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일을 돈으로 해결하니 시간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고 투자를 잘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공부를 하고 학교에 다니고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 이런 데는 진심으로 플렉스하자.


그래서 돈을 쓸 때 얼마를 쓰냐고? 먹는 것을 살 때 커피 한잔 값을 생각해. 스타벅스 기준으로 아메리카노 1잔은 4,100원이다. 커피 한 잔보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쓴다. 얼마 전에 마트에서 대추 방울토마토를 사려고 보니 5천 원이었다. 일반 방울토마토 3천 원 보다 비쌌지. 그런데 토마토를 좋아하는 아들과 커피값을 생각하니 전혀 비싸지 않았어. 내가 커피 한잔하는 데는 30분이면 족하지만 아들은 그 한통을 3일간 먹거든.


시간을 보내는 데 쓰는 돈은 영화표를 기준으로 해. CGV 기준으로 영화값은 평일 13,000원 주말 14,000원이야. 요즘 영화는 2시간은 하니까 2시간을 보내는데 이 정도의 비용 이하면 쓰고 그렇지 않다면 영화보다 더 재미있거나 가치 있어야 써. 꼭 이렇게 쓴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생각과 노오력을 한다는 거지.


내가 마구마구 플렉스하는 책 구입이나 운동 장비를 예로 들면 이것들을 사는데 쓰는 데 드는 돈은 전혀 낭비가 아니지. 책 한 권 15,000원이면 서너시간 여가로도 훌륭하고 나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돼. 물론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자유에 이르게 하기도 하고, 전혀 관계없기도 하고, 때로는 멀어지게도 하지.


운동 장비는 어떨까? 대표적인 운동 장비인 운동화를 예로 들어볼게. 운동화 1켤레 정가를 기준으로 하면 13만 원 정도야. 사람에 따라 사용기간이 다르지만 나는 보통 60시간 정도 써. 영화표를 기준으로 하면 완전히 남는 장사지? 거기다 나의 건강에 도움이 되니 무조건 써야 해. 집에 운동화를 차곡차곡 모으라는 말은 아니야.


뜬금포 하나 날려볼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시작하는 골프를 예로 들어볼까? 골프를 운동으로 생각하면 이 기준으로 답이 안 나와. 수도권을 기준으로 하면 한 번 필드에 나가면 30만 원은 쉽게 나오거든. 18홀 도는데 4시간~5시간이 걸리니까 영화표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너무 비싸지? 그런데 이걸 관계로 보면 쌀 수도 있어. 소중한 가족과 친구와 관계를 돈돈히 한다고 생각하면 괜찮잖아. 이건 주관적 영역이니까 개인의 소득과 재산, 골프를 하며 얼마나 인간관계를 향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이리 재고 저리 재도 기준으로는 좀 비싸 보여. 단 사업이나 업무로 치는 골프는 예외야.


나는 운동이나 관계로 골프 아닌 다른 대안을 찾을 것 같아. 골프를 폄훼할 마음은 전혀 없어. 나도 친구들과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골프가 끼어있는 여행을 했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됐어. 아 생각해보니 그건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던 일이야. 정말 쌌거든.


혹시 관계를 돈돈히 하는 최고의 방법을 묻는다면 나는 여행을 추천할게.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공유하는 사이 서로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싹트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나은 우정이나 사랑이라는 꽃과 열매가 될 테니까.


이제 다 했습니다. "오!"인가요? 아니면 "별 시답잖은..."인가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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