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된 후,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친구들과 만나면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자녀의 사교육비 부담 문제이다. 결혼을 좀 일찍 하여 고등학생인 자녀를 둔 친구들이 포문을 연다. 과목당 사교육 비용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높다는 것이다.
방학 중에는 빠지지 않고 각종 특강이 빼곡하게 이어지는데, 특강이기 때문에 비용도 특별하다. 이렇게 고등학생 자녀를 둔 친구들이 자녀들 학원 수강의 고비용 문제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고 나면, 이에 질세라 중학생 자녀를 둔 친구들이 우리도 심각하다며 아우성을 친다.
특목고나 영재고, 자사고라도 준비하는 친구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한 학생이 2과목 이상을 선행으로 공부하기 위해 학원을 다닌다고 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강조한다.
사교육비를 줄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해 봐도 대답은 정해져 있다. “요즘 그렇게 안 하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이다. 이걸 안 하면 자녀가 뒤처질 것이 두렵고, 심지어는 위기의식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모두가 달리니 차마 안 달릴 수가 없고 달리면서도 뒤처질까 두려워 멈출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초·중·고 12년이란 기간 동안 사교육비가 지나치게 많이 지출되고 나서도 대학 등록비 4년 치까지 부모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16년이란 시간 동안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으로 이 금액을 감당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어떻게든 감당한다고 해도 16년 동안 저축이 부실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녀 양육의 부담이 과도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마저 든다.
나는 항상 친구들에게 수학 선행학습에 너무 과도한 지출을 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수학은 선행학습을 많이 했다고 되는 과목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수학을 잘하게 되는 학생은 자발적으로 수학을 학습한 학생들이다.
수학을 공부해야할 이유를 스스로 찾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며, 어떻게든 공부를 시키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인 것이다. 이미 한국의 수학교육 과정은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해서도 한참 빠르다. 서구권에서는 평균적으로 대학생이 되어야 배우는 미적분을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하는 것만을 봐도 그렇다. 그런데 여기에 2~3년 선행학습을 시켜버리면 학생들은 미적분을 중학교 때 공부하게 된다.(사실 사교육의 현실을 보면, 적지 않은 학생들이 미적분을 초등학교 때 공부하기도 한다.)
부모는 우리 자녀가 벌써 이렇게 선행학습을 하니까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녀가 본인의 자유 의지에 의해 고급 수학을 배운 것이 아니라, 단지 분위기에 휩쓸려 수업을 들은 것이라면 이런 선행학습은 약이 되기보다는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수학의 학습 과정이란 그냥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평균적인 정서적·지적 성장을 고려하여 정해지는 것이다. 아직 대수를 받아들일 만큼 머리가 열리지도 않은 학생에게 무리한 대수 학습을 강요하면 아이는 ‘수학을 배웠다.’는 생각보다는 ‘수학은 어렵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미적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극한의 개념을 받아들일 만큼 수학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학생이 미적분 선행학습을 한다면, 수업을 하고 난 뒤 아이에게 남는 것은 미적분 공식뿐일 것이다.
그래도 역시나 불안하다면 수학은 딱 반 박자씩만 빠르게 선행할 것을 제안한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활용해 강의력이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선생님의 강의를 찾아 듣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리 배웠다고 할지라도 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는 것이다. 아무리 똑같은 내용이라도 교수자마다 이해하고 가르치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진리는 하나이고 같을지 몰라도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른 선생님의 강의에서는 다른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학습에 임해야 한다. 그게 배우고자 하는 자의 자세이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배움의 자세가 되어 있는 학생이어야 성적도 상승하고 선생님과의 교감도 얻을 수 있다.
2년이란 정규 교육 과정 동안, 고학년이 되어 수학에 집중하고 싶다면 저학년일 때 언어 능력을 향상시켜 두어야 한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수학은 학문의 특성상 선행학습을 많이 해야 잘하는 과목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발적 학습을 많이 해야 잘하는 과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