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디지털 훈련 교범의 '빅픽쳐'
I/ITSEC 참관기 두번째 글 입니다.
저는 5G가 곧 큰 산업적인 변혁을 불러 올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연결사회, 가상성이 실제를 대체하는 사회, 기계의 자율성이 인간의 자율성을 상당부분 대체하는 사회가 5G 통신망을 통해서 도래 한다고 봅니다. 5G 이야기로 올랜도의 두번째 답사기의 문을 연것은 미국이 5G를 통해서 혁신적이라고 할만한 디지털 훈련교범 플랫폼을 완성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통합적훈련 환경 Synthetic Training Environment
올해 I/ITSEC의 주제는 통합적훈련환경 Synthetic Training Environment STE 입니다. 사실 올해만 다루는 주제는 아닌것 같고 자료를 살펴보니 ITSEC에서는 거의 매년 한, 두꼭지는 이 주제에 대한 세미나나 기술시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군 훈련 교범의 5G화?' 의 일환으로써 추진하고 있는 미육군과 미국 국방부의 '큰 그림' 입니다. 올해에는 STE를 소개하고 미국방부의 향후 입찰 업체들을 물색하는 자리이다 보니 전시장의 많은 수의 콘텐츠들이STE 구축을 위해 필요한 솔루션이나 하드웨어들이 많았습니다. 콘텐츠 중심에서 지속가능한 플랫폼 사업화 쪽으로 많은 업체들의 제품들이 출시되는 것 같았습니다.
1. 디지털 훈련교범
디지털 훈련 교범과 VR/AR 기술의 컨버전스는 한국의 군대도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 입니다. 국방부 뿐만 아니라 범 정부 차원에서 군과 민간기업에 콘소시움을 맺어서 군교범에 실감형 매체와 상호작용성을 도입하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콘텐츠는 워-게임을 통한 군사 훈련이고, 정비나 보수를 위한 콘텐츠들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1-1 문제점
VR/AR과 같은 '새로운' 분야는 개발전문가의 풀도 일반 게임에 비해서 넓지 않고 아직 크게 전문화된 분야도 아닙니다. 하나의 콘텐츠 만드는데 보통 기획에서 발주까지 1년에서 2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많은 예산이 필요합니다. 개발 된 VR/AR 콘텐츠의 상용화와 대중화를 가로막는 기술적인 장벽은 전문화된 VR/AR 장비를 써야만 하는데 기기 보급률이 높지 않다는 점과 기술개발의 속도가 워낙빠르게 진행 되기 때문에 하나의 콘텐츠가 개발 이후 상용화 된 이후 새로운 콘텐츠가 그자리를 대체하는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천조국의 국방용 VR/AR 콘텐츠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비행기 조종사 훈련용 VR 콘텐츠는 타 기기 플랫폼간의 연동이 쉽지 않습니다. 미육군의 장기적인 프로젝트인 STE는 현재 시뮬레이터와 일대일 대응 방식인 훈현 콘텐츠 체계를 하나의 통합적 플랫폼으로 융합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1-2 무기체계의 라이브러리화와 상호운용성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미 국방부가 오래전부터 기획하고 있는 방법은 국가가 하나의 거대한 클라우드 기반의 군 훈련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만드는것입니다. PC를 활용하되 필요에 따라 상호운용 Interoperatable 가능한 지원체계를 구축해서 기존의 콘텐츠 기반의 적용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시뮬레이터들에 호환 되도록 하는것입니다.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이기 때문에 pc를 활용한다면 당연히 홈스테이션, 군훈련센터, 권한이 할당된 PC 까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미 육군이라면 누구나 플랫폼에 접속하여 훈련을 할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무기 쳬계를 라이브러리화 하고, 미군과 그 동맹군의 작전훈련이 필요한 지형을 모두 C.G.I화 하고 또 사용자가 커스터마이징 할수 있는 사용자 환경을 만듭니다. 이 방법은 플랫폼 자체를 구축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천문학적인 지원이 필요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콘텐츠 제작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l1DMLRQ1LI
1-3 STE의 특징
첫번째 장점은 실시간 커스터마이징 RTC Real Time Customizing 기능입니다. 교전 훈련시 지휘관이 자신의 컴퓨터로 실시간으로 적과 아군의 숫자와 교전 지침등을 입력시켜서 가상공간 속 훈련 환경을 가변적으로 구성할수 있는것이 특징입니다. 사실 이 기능은 게임 개발자의 UI를 사용자들이 활용할수 있게 한것일 뿐인것 처럼 보일수 있으나 이 기술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미육군, 해군과 함께 해왔습니다. 미 해군은 USC의 Creative Technology lab 과 함께 90년대 초반 Virtual Iraq 라는 PTSD 환자 치료용 시뮬레이션 VR을 제작 할때 실시간으로 임상심리학자가 환자를 상담하면서 환자의 기억 속에 있는 풍경을 실시간으로 커스터마이징 해서 환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 기술의 이름은 오즈의 마법사 Wizard of Oz 였습니다. 같은 기능이 오늘날 VBS의 핵심기능 중 하나인 RTC가 되었죠.
두번째 장점은 상호운용성 Interoperability 입니다. 이 기능은 VR 콘텐츠의 기기 보급률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PC나 기타 개인용 모바일 기기들의 보급률은 안정화 되어있지만 VR 콘텐츠의 기기 보급률이 아직 3-4%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동시간에 접속할수 있는 사용자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VR 콘텐츠로 제작 하되 기본적으로 PC로 활용할수 있게 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을 구축하여 높은 시뮬레이터간 상호운용성을 만듭니다.
세번째 장점은 모든 병과의 인력들이 모든 콘텐츠를 활용할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주는 콘텐츠 접근 자유도에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플랫폼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병과의 전문성과 지형의 특징등을 알고 싶어하는 누구나 워-게임 방식의 콘텐츠를 통해서 배울수 있게끔 열려있는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군 뿐만 아니라 미군과 공동 작전을 수행하는 동맹군들에게도 작전의 내용을 미리 체험해 볼수 있도록 공개하고 미군의 구체적인 작전 내용을 숙지 할수 있게 끔 하는 전자식 훈련 교범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7tquFihc5I
2. 아타리에서 id soft 그리고 보헤이마 인터렉티브 까지
2-1 80년대와 90년대
미국에서 국방주체와 민간게임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콘텐츠 개발은 8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있어왔고, 국방예산을 통한 게임 제작은 결과적으로 단순한 제작 지원의 형태를 넘어 군소 규모였던 게임업체들이 거대it 회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타리는 원래 워낙 유명했던 게임회사라 국방콘텐츠 제작이 업체의 성장에 결정적인 원인이 아닐 수도 있으나 둠을 제작했던 id soft 사는 당시 텍사스의 4-5명 규모의 조그만 게임회사에 불과 했습니다. FPS 게임은 게임산업의 기본 인터페이스를 3인칭 시점에서 1인칭시점으로 바꾸는 결과를 만들었는데 그 역사적 시발점이 id soft 사가 미 육군의 개발, 재정 지원 속에서 만들어졌던 둠 시리즈 이니 국방부와의 협업이 실로 중대한 기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2 보헤미아 인터렉티브의 VBS 시리즈
워-게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ARMA 시리즈를 만든 체코의 보헤이마 인터렉티브 스튜디오는 현재는 미국방부와의 업무협력을 통해서 제작하고 있는 군용 디지털 전술교범 프로젝트인 VBS Virtual Battlespace 시리즈의 주관 사업자 입니다. 보헤미아 인터렉티브는 원래는 90년대 중반 아타리에 비행기 조종 게임을 위한 시뮬레이터를 공급하던 업체 였습니다. 아타리와 협업관계에 있는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군수산업과 게임산업과의 연계성이 주는 사업적 가능성에 대해서 일찍부터 알게 되었지 않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1999년에 창립된 BISIM은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ARMA 시리즈를 내놓음과 동시에 군용 게임인 VBS 시리즈를 내놓습니다.
BISIM 사의 VBS와 그 이전에 미 국방부와 협력관계를 맺었던 게임회사들이 만들었던 콘텐츠와의 차이점은 VBS가 미육군의 디지털 전술교범으로 쓰이고 있으며 그 중요성이 앞으로도 높아질 반면 예전의 게임들은 훈련 시 참고할 수 있는 콘텐츠 정도로만 쓰였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시뮬레이션 기술과 VR 기술이 어느새 성숙해 있기 때문에 가능해진 현상입니다. 워-게임 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VR시뮬레이터들도 80년대부터 존재했지만 실제 훈련을 위한 용도로 쓰이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보다 더 앞선 60년대 중반에 베트남전 참전 파일럿을 위한 VR 시뮬레이터가 존재했긴 했습니다.) VR 전술교범이 물리적 환경에서의 훈련을 완전히 대체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CBT가 원래 하던 일을 훨씬 더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능은 어느정도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보헤미아 인터렉티브 스튜디오의 VBS 는 미국방부의 Defense Modeling and Simulation Coordination Office (DMSCO) 과의 협력 업체로서 미육군의 디지털 훈련 교범 주관사업업체로서 참여했습니다. VBS 시리즈는 개발과 상용화 이후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디지털 훈련 교범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대략적인 인터페이스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09&v=ad_xFWtutNY
3. STE의 남은 과제
VBS3는 지금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물론 그래픽이나 UI 디자인 쪽으로만 본다면 META VR과 같은 더 나은 회사제품이 있는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이너한 지점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VBS3의 기술적인 지점은 바로 이 글의 제목이기도한 통합적 훈련 환경 을 조성해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중기기 지원 플랫폼, 클라우드 기반의 콘텐츠는 오늘날 가상현실 콘텐츠의 매우 제한적인 기기접근성을 극복 할수 있는 가장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미 육군의 STE는 가상현실 콘텐츠로서 오늘날 가상현실 콘텐츠가 당면한 제약적 조건에 대한 매우 훌륭한 솔루션이라고 생각합니다. STE의 마지막 남은 과제는 전세계의 주요 도시들의 세부적인 부분들을 빠짐없이 CGI로 구성하는것인데 이 부분은 인력과 자원문제 때문에 지금 당장 해결 될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또 다른 문제는 다중다수의 플레이어가 접속했을떄 이를 원활하게 구현 할만큼의 통신환경과 서버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 부분은 5G 통신망으로의 전환 이후 빠른시일내에 극복 되어질 문제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Amkw3pNXMQ
미 육군은 STE의 첫 상용화부터 안정화 마무리의 시기를 2020년부터 2030년으로서 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육군의 통합적 훈련환경 구축사업을 보면서 중요한 국가 사업일수록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는것 같습니다. 한세대의 통신망의 교체 주기가 10년 정도인것은, 그리고 새로운 통신망으로의 전환이 그리 근 시일내에 이루어지지 않더라는 사실은 우리모두가 1세대 통신망에서 현재의 4세대 통신망으로 전환해 오면서 경험해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제 몇일 후면 1월 1일 부터 세계최초로 한국에 5G 통신망 서비스가 선보입니다. 국가별 기술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은 알지만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이 새로운 기술의 안정화와 보급화라는 큰 틀에서 봤을때 그리 큰 의미가 있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5G 통신망이 산업의 기반을 구성하는 사업 아이템일수록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사업들을 진행 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넠두리 로 글을 마치자면 가상현실 산업 콘텐츠들이 안정화되고 상용화 되려면 3년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승전 5G로 글을 맺습니다.
다음글은 I/ITSEC의 올해 기조 테마인 '통합적 훈련환경 조성' 의 관점으로 올해 박람회에서 주목 해야할 기술들과 STE의 국가산업의 일부로써 이 업체의 솔루션들이 어떻게 쓰일지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