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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Dec 26. 2022

일상일기(18)늙음과 젊음


** 이야기 1

스물여섯살 딸이 

열살 사촌동생과 놀아주려고

테블릿 피씨에서 애니메이션을 찾는다

조카 눈높이를 맞추려고 

고심하며 고르고 골라

"이거 볼까?"했더니

조카는 한심하다는듯 

"언니, 그건 나 일곱살때 봤던거야..

 요즘은 그런거 안봐

 그냥 내가 보고싶은거 고르면 안되? "한다

딸은 혈압이 오르는지 뒷목을 잡는다


** 이야기 2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마치고

남탕앞에서 이미 나와 기다리고 있는

남편을 만났다

목욕을 해서 그런지 

격하게 얼굴에 광채가 흐르고

걸음이 활기차다

"목욕탕에서 무슨 일 있었어?"했더니

옷장함을 못찾으시는 어르신이 계셔서

"어르신~121번은 여기에 있네요"

라고 찾아드렸단다

어르신이 "고맙네~ 젊은이…"라고 하셨다고

60 넘어서 젊은이 취급을 받으니

기분이 째진단다


** 이야기3

8년만에 대학친구들을 만났다

쌍커풀 수술한 친구도 있고

몸무게가 10kg 늘은 친구도 있지만

대학때 이목구비와 목소리가 오버랩되어 

그때 모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야~~어쩜 대학때 그대로다 

 너 하나도 안 변했다"

옆 테이블에서 피식 웃는다

"야~목소리 낮춰~  "


** 이야기4

작년에 찍은 영상 콘텐츠를 

담당피디가 다시 편집을 하고 있다

얼핏 보니 "이게 누구야?"싶을 만큼

내 영상이 낯설다

헤어스타일도 표정도 참 앳되 보인다..

"어머~~ 내가 이럴 때도 있었네 .."

감탄하며 마음 먹는다 

하루라도 빨리 더 찍어야둬야겠다.

더 늙기전에…


늙음은 명사가 아니다. 동사에 가깝다

이 세상 모두가 조금씩 늙어가는 중이지만

늙음이라는 고정된 상태는 없다. 

상대적으로 늙었다고 느낄뿐이다

젊음도 실재가 아니다

15살도 늙었다고  느낄 수 있고

65살도 젊다고 느낄 수 있다


늙음 , 젊음, 

이런 허상에 연연하지 말고

오늘을 여한없이 살련다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늙은 날이기도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가장 젊은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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