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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19)진짜 절약해야 하는것

by 지윤정


오랫만에 만난 후배….

딸 친구의 엄마와 아빠 얘기를 한다

다시 말해 동네 이웃 얘기다

그 집 남편이 조울증이란다

울증일때보다 조증일때가 더 위험해서

기분이 좋을 때는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처럼

호언장담을 하며 명품을 산단다

집안돈을 다 써버려 그집 아내가

매일 돈을 꾸러 다닌단다

병원에도 데려갔는데 남편이 치료를 거부해서

매일 부부싸움을 한단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할 수 있는게 없죠 뭐.. 그냥 넘 걱정되서요

자꾸 만나게 되고, 만나면 하소연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신경이 쓰여요"


때때로 관계에 과잉노출 되어있다는 생각을 한다

걸쳐져 있거나 엮여 있거나

어깨 너머로 기웃거리며

의도하지 않은 관계에

과하게 시간을 허비한다

그 여파로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고

이 이슈에서 저 이슈로

계획없이 무의식적으로 무절제하게

우리의 주의력을 뺏기고 있다


돈을 절약하듯

시간을 절약하듯

주의력을 절약해야한다

아니, 어쩌면 돈과 시간보다 더

주의력을 절약해야 한다.

아주 희소하면서 많은 가능성을

품고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갈등의 광장에 나가

서성이는 것

모든 일에서 모든 사람을 도와주려는 것

과도한 활동과 소유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

너무 많은 요구에 부응하는 것

피상적인 잡일에 허덕이는 것

가짜 분주함이다


이것으로부터 필사적로

나의 주의력을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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