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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금(11)부탁 공포

by 지윤정



후배에게 부탁전화를 받았다

전화하기 전에 엄청 갈등했단다


나도 비슷하다

부탁하기 두렵다

요청하기 어렵다

복화술하는 것처럼

입술이 안 움직이고

얼굴에 경련만 인다


#왜 그럴까?

상대가 부담스러워할까봐

부담스러운데도 억지로 들어주면

그조차 보기 불편하니까

혹시 거절 받을까봐

그러다 앞으로 관계가 손상될까봐

종국에는 나를 무시하고 우습게 볼까봐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느니

차라리 내가 아쉬운 게 낫다



#진짜 그럴까?

청원하는 것이 애원하는 것 같고

요구하는 것이 구걸하는 것 같은 건

상대의 느낌이 아니라

내 상상이다

내가 누군가의 요청을 받았을 때

그런 마음이었으면

남도 내게 그런 마음일거라

상상하게 된다


반면 나부터 부탁을 받을 때

요청을 들어줄지 선택의 여지가 있으며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얻는 특권이라 생각하고

도울 수 있는게 기쁨이라 여겼다면

상대도 그런 마음일거라 상상한다


상대의 마음과 반응을

내 기준으로 지레 짐작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부탁을 들어줄 만만한 상대를 찾아 나서야할까?

부탁은 받지도 말고 하지도 말아야할까?

그냥 철판깔고 모르는척 부탁을 해야할까?

아니다

내 마음부터 정리해야한다


<< 세가지 정리 >>

1)상대와 나와의 관계설정.

우리사이가 부탁 거절에

금 갈 사이인가?


2)스스로와의 관계설정.

내 부탁이 상대에게 가치는 커녕

손해를 부르는 일인가?


3)미래와의 관계설정

거절받으면 나의 미래는 달리 방도가 없는

막막하고 구차한 처지인가?


이 세가지를 정리하고

내적 독립성을 확보한 후에

가볍게 입을 떼자


나는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으며

그는 그것을 검토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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