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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Jan 16. 2023

일상일기 (39) 쓸기나 쓰기나..


1_눈쓸기 

빗자루질만 할 줄 알면 눈은 다 치우는 거지 하며 

하찮게 봤다가 10분도 안되 연신 허리를 폈다

남편과 딸은 저만치 앞장서서  속도를 내고 있는데 

나는 몇발짝 전진하지도 못하면서 식은 땀만 난다.

“난 역시 몸 쓰는 일은 못하나봐”


스리슬쩍 빗자루를 내려놓으려데 딸은  말했다

“머리가 나빠서 몸도 고생하는 거야 

 눈 쓰는 일은 몸 쓰고 힘 쓰는 일이 아니라 

 머리 쓰는 일이야.  요령으로 해야 해.

 내가 원리를 알려줄 테니까 다시 한번 해볼래? “


눈쓰는 거에도 원리가 있을라구 하는 

미심쩍은 눈으로 알려 달라고 했다  


“ 엄마 눈 쓰는 걸 관찰해봤는데 

  원리를 모른 채 힘만 엄청 들이고 있어.  

  눈 쓰는 자세가 어정쩡하니까 허리도 아픈 거고

  빗질에 힘도 안 들어가는 거야  

  빗자루를 여기 겨드랑이에 끼고 

  자세를 좀더 낮춰야 해 

  빗자루 방향과 반대로 다리를 어슷하게 서서 

  빗자루에 기댄다는 마음으로 빗질을 해야 

  힘이 들어가서 눈이 잘 쓸려. 

  팔 힘으로 빗질을 하지 말고 

  빗자루에 몸을 실어 빗질을 해봐 “


와… 신기하다.. 

딸이 알려준 자세로 하니 거짓말처럼 힘도 덜 들고 

눈이 잘 쓸린다

역시.. 원리를 아는게 중요해 


2_글쓰기 

진정하게 자꾸 쓰다 보면 글쓰기도 늘겠지 했는데 

써도 써도 매반 비슷한 글이고

진전은 없는 채 회의감만 밀려든다

그래서 쓰던 것을 멈추고 

글쓰기 원리를 배웠다

코치님께 코칭받고 

관련 책을 읽고 있다


인식과 의식, 의도와 복선, 구상과 퇴고

묘사와 해석, 제목과 서두, 문체와 표현 등등 

글쓰기의 원리를 조금씩 알고 나니 

글을 읽을 때도 글을 쓸때도 

보다 입체적이고 다채롭다 


글쓰기의 다양한 관점과 도구를 알고 나니

글에 대한 인식이 보다 풍성해진다. 

...........

사람도 상황도 글도 다 다르지만 

그 안에 숨겨진 법칙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일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일어나는 경험들에서 

본질적인 원리를 꿰뚫는 것

복잡한 현상 뒤에 숨어 있는 단순한 개념을 아는 것, 

지식의 힘이다. 아는 것의 묘미다. 


삶은 늘 앎의 연속이다

알아야 할 것을 모두 알아버린 나이란 없다

들뢰즈는  “이론은 연장상자”라고 했다. 

원리를 알면 경험이 더 풍성해지고 정교해진다. 

지식의 기반위에 올라서서 경험을 해야한다


경험 없는 지식은 공허하지만

지식 없는 경험은 무모하다

나이 먹을수록

이론의 강에 빠져 잠수만 해도 안되겠지만 

일상의 늪에 빠져 허우적만 대도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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