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텐션이 아니야
가끔 엄마를 보면 다른 엄마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생 엄마는 사업을 하시다 보니 스케일도 크시고 작은 것에 연연해하지 않으신다. 70이 훌쩍 넘으셨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활동적이면서 열정적인 엄마. 아직도 매일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고 계시고 살이 조금이라도 찌면 난리가 나신다. 아직도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쓰시고, 경기 탓을 하시면서 툴툴거리시지만 또래 분들에 비해서 꽤 괜찮은 고정적인 수입을 얻고 계신다.
이런 엄마의 큰손이 유감없이 발휘될 때가 있었으니 15년 전 엄마가 홍보관에 다니실 때이다.
매번 엄마한테 갈 때마다 새로운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가격도 어마어마하게 고가였다. 물건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면에서 아직도 이해는 가지 않는다.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물건도 있기는 하다. 평생 AS라고 하면서 의료기기인 장판은 세 번 정도 교체해서 사용하고 있다
다른 물건들은 지금은 어디에 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하루미라는 뚝배기 세트를 엄마한테서 받았는데 무슨 기능들을 나열하면서 거기에 음식을 하면 음식이 상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려보내면서 가격에만 신경을 썼었다. 그래서 그게 얼마냐고? 가격이 4개 한 세트가 130만 원이란다. 이런~~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다.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그렇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홍보관을 반년 넘게 쫓아다니신 엄마한테 생긴 변화는 홍보관에서 받은 김치냉장고에 대형 TV를 받았다며 좋아하시는 모습이었다.
속으로는 저걸 받으려고 도대체 얼마나 돈을 쓴 거지?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이모님들 말로는 아마도 그 돈 다 모았으면 아파트 한 채는 살 수 있을 거란다.
다 경험이겠거니 하고 갈 때마다 엄마에게 홍보관 적당히 좀 다니시라고 단단히 약속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도 한참은 그렇게 엄마의 대륙의 여인 기질을 옆에서 속 쓰리게 바라만 봐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중에 황금독수리 사건이 터졌다.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황금독수리액자를 비싸게 팔았는데 그게 다 소비자를 속인 것이라는 뉘앙스의 뉴스인 것 같았다.
딱 그때 엄마도 그 황금독수리를 사려고 하려던 찰나에 눈에 씌었던 눈꺼풀이 확 벗겨지는 순간이었다고 엄마는 말씀하신다.
그날 이후로 엄마는 절대로 홍보관을 가지 않으신다. 원 없이 홍보관을 다녔기 때문에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으시단다. 요즘도 가끔 노인들 상대로 비싸게 물건을 팔아서 이득을 남긴다는 얘기를 매스컴을 통해서 접하게 된다. 한편으로 다행인 것은 엄마가 미리부터 경험을 다 해보셔서 지금은 그 어떤 홍보관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으시다는 점과 앞으로 그런 일로 엄마와 더 이상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대륙의 여인인 나원씨가 또 어떤 일로 우리를 놀라게 하실지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