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씨, 그 이름을 많이 불러다오

엄마의 소원은 개명하기

by 정새봄

2년 전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드디어 엄마가 이름을 바꿨단다.

엄마의 이름은 유선순(버들 유 착할 선 순할 순)이었다. 이름이 너무 순하디 순해서 주변사람들에게 다 퍼주고 남는 건 하나도 없어서 평생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항상 이름에 대한 불만이 많으셨다.

드디어 한다면 하는 우리 유여사님은 개명에 성공을 하셨다.

그 이후로 가끔 전화를 하시고 늘 하는 말씀이 "새봄아, 이름을 바꾸니깐 없던 돈도 생기고 돈이 저절로 모이는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일들이 그렇게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이름 바꾸길 정말 잘한 것 같아."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나는 가르치는 게 직업이라 또 직업병이 발병한다. 엄마에게 가르치듯 "엄마, 그건 엄마가 자꾸 이름이 안 좋다 안 좋다 하니깐 좋은 기운도 그냥 지나쳐 버린 거고 지금은 엄마가 이름 바꾸길 잘했다 잘했다 하니깐 좋은 기운이 몰려와서 그런 거야." 말은 이렇게 했어도 평소의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엄마가 기분이 좋은 일이 생기셔서 전화를 하거나 통화를 하게 되면 좋고 잘했던 것을 더 많이 부풀려서 맞장구를 쳐 드린다. 실제로 엄마는 4년 전에 칠순을 넘기셨지만 또래분들에 비해서 아직까지도 숙박업을 20년째 하고 계시고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배송받아 사용하실 만큼 상당히 스마트하시다.


일부러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권해 드리기도 하고 작년까지는 오픈카톡방에서 건강 인증도 매일 올리기까지 하셨다. 앞으로의 나의 계획은 엄마에게 줌의 사용방법을 알려드려서 줌에서 하루에 한 번씩 만나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엄마가 이름을 바꿔서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하신 이후로 나의 휴대폰에는 저장명으로 나원씨라고 변경하였고, 자꾸 엄마의 이름을 불러주면 엄마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계셔서 맞춰드리고 있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삶의 방향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당연한 것 같다. 나도 엄마에게 하는 말들이 사실은 나 자신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날 엄마와 나 사이에는 무심함이 커다랗게 자리한 그런 관계였다.


엄마이기 때문에 희생해야 했고,

딸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차별당해야 했던 그런...


하지만 우리 모녀는 살짝 각자의 입장에서 기억조작을 해버렸다. 자기 합리화라는 미명아래


가장 힘들었던 지난날 그때의 엄마 나이는 지금의 나의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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