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전여전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우리 집 경제를 이끌어가는 분이셨다. 엄마가 쉬는 걸 본 적이 없고 내가 최대한 기억할 수 있는 나이인 7살 이후의 기억엔 엄마는 항상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아주 억척스럽게 말이다. 학창 시절엔 그런 엄마가 싫었다. 어린 나이에 집에서 우리를 맞아주시고 간식이며 식사를 챙겨주는 그런 엄마가 있기를 소망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철이 없었다.
엄마의 그런 강인한 생활력으로 인해 뒤돌아보니 대학까지 무사히 다닐 수 있었고, 한 번도 내하가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느낌을 갖지 않고 학창생활을 할 수 있었다.
밤늦게까지 포장마차를 운영하시고, 가끔 단속반에 쫓겨서 포장마차가 부서지고 할 때에는 다시 가서 포장마차를 새로 맞추고 오셨다. 그때 나에게 엄마는 천하무적이고 이 세상에서 못할 것이 없는 여장부의 모습이었다.
이런 엄마의 성향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나도 결혼 한 이후로 한 번도 쉰 적이 없이 계속 일을 했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었어도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한다. 돈 버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해결하지 못하면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여행 다니며 책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일과 쉼을 동시에 하고 싶은 맘 때문이다. 엄마는 나와 단 둘이 떠난 여행(사이판 여행 등)에서 항상 최고라고 말하다가도 다른 여행을 다녀온 후에 항상 그 여행이 최고라 열변을 토하신다. 엄마는 항상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비교도 안 되는 여행을 다녀오고 그런 말을 나에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 항상 현재가 최고이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그런 사람말이다.
그럼 나는 어떨까? 나 역시 한번 뭐에 꽂히면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물불 가리지 않는 스타일. 그게 나다. 그 엄마의 그 딸인 것이다. 다음을 위해서 아껴둔다는 개념은 우리 모녀에게는 없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한다.
엄마와 함께 평생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거의 같은 제품으로 체험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모녀에게는 지금 현재의 다이어트 방법이 최선이고 최고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다이어트뿐 아니라. 여행과 운동 등을 이야기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항상 최선을 다했기에 지나간 것에는 미련을 두거나 후회를 잘하지 않는 편이다.
오늘 이렇게 불쑥 엄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전화선 너머의 엄마의 목소리는 오늘도 활기차다. 맨발 걷기가 너무 좋아서 3만보를 채우셨단다. 컨디션 조절하고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신신당부에도 그저 너무 좋다는 말만 반복하신다. 못 말리는 엄마다. 항상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엄마를 말릴 수 없다.
오늘도 엄마덕에 한참을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