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하는 얘기라 당황스럽겠지만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잠결이라 분명하지 않지만 어느새 내 생각은 고백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짝사랑에 대한 고백을 기대했거나 누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이라고 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여하튼 이것은 그런 종류의 고백과는 다르다.
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것은 언젠가 책으로 만들어 나의 어머니에게 보여줄 생각이다.
나의 엄마는 강인한 사람이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 작은 체구로 나를 일으키고 아빠를 보살핀다. 되려 그 밑에서 자란 내가 그런 좋은 점을 닮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강인하다.
엄마의 나이를 따라, 그러니까 엄마가 나이가 드는 만큼 나도 같이 나이가 들었는데, 엄마가 나를 낳은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조금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
나의 첫 번째 고백이 엄마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좀 더 거창하고 궁금증을 유발하고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나의 고백의 대상이 엄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강인한 엄마로 나에게 기억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굳이 노력하지 않았다 치더라도 얼마나 많은 것을 참으며 살았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금세 울컥울컥 차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얘기를 계속 써나가 볼 생각이다.
이어나가자면 엄마는 나를 마흔이 된 해에 갖게 되었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을 그 작은 어깨 위에 올린 채로 본인의 건강과 딸을 맞바꾸었다고 지금에 와서 나는 생각한다. 소중하고 애틋한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외동딸을 그렇게 얻게 되었다. 동시에 엄마의 건강은 급격하게 나빠졌고, 덕분에 어린 날의 나는 병원에서 보내는 날이 많았다.
병원에 가끔 갈 때 병원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면 흠칫 놀라게 되면서 서늘해진 기분을 느낀다. 몇 살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도 없는 나이에 집에서 보던 엄마의 모습도 제대로 기억이 안나는 그때에 내가 기억하는 것은 병원의 차갑고 이상한 공기와 처음 맡아본 냄새, 수술을 하기 위해 이동형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와 환자 이송용 엘리베이터 정도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분명하게 기억나는 엄마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묻어있었다. 갑상선 절게 술이라는 것을 안 것은 나중의 일이지만 수술 전에 물을 마실 수 없기 때문에 물 묻힌 거즈를 입에 물고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왜 엄마가 그런 하얀 수건을 물고 있는지, 왜 지금 나랑 같이 있을 수 없는지, 그 정도만 궁금해 할 수 있는 나이였다. 나는 그 자체로 두고두고 이렇게 미안하다.
어린 딸을 두고 수술실로 가는 엄마의 나이가 내 나이쯤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보호자라고는 외삼촌 두 사람뿐이었는데, 왜 그때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지 못했을까.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 나이, 어린 나이인 것이 그렇게 한탄스러울 수가 없다. 엄마는 많이 외롭고 무서웠을 텐데 그때의 내가 너무 어려서 내가 아무것도 몰라서 너무 미안하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어른이 될 거라 생각하지만 지금도 작은 것에 마음이 수없이 휘몰아친다. 그때의 엄마가 지금 내 나이보다 10년 정도 많았다고 가정해도 무서운데 나이가 무기가 될 수는 없었을 테니까.
첫 번째 고백은 이렇다. 수술실로 가는 엄마의 손을 잡고 의젓하게 괜찮을 거라 말해주지 못하는 어린 딸이어서 미안하다고. 나는 지금도 이렇게 세상 모든 것이 무서운데, 그때의 엄마는 얼마나 무서웠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