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이른 아침,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바람결이 그러하다.
형체 없이, 실체 없이 오직 지나감으로써만 존재를 드러내는 바람. 무엇을 향해 부는지 알 수 없고,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없다. 바람은 목적도 의도도 없이 그저 움직임 그 자체로 흐른다.
사람들은 바람결을 쫓을 수 없다. 다만 느낄 뿐이다. 한낮에 불어오는 바람이 덥게 달궈진 이마를 스쳐갈 때, 그것이 청량함이라 불리게 되고, 뺨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 한겨울의 냉기를 몰아올 때, 그것이 차가움이라 불리게 된다. 그러나 바람결은 원래부터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다. 모든 감정과 느낌은 다만 사람의 마음이 빚어낸 잔향일 뿐이다.
바람은 자주 외롭다. 언제나 곁에 있으면서도 결코 붙잡히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리는 존재. 그 흔적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으며,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바람결이 없었다면,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도, 꽃잎이 나부끼는 모습도, 저 멀리 파도가 일렁이는 장면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바람은 그 자체로 아무것도 아니면서도, 세상에 무수한 파문을 일으키는 시작이다. 사람들 역시 살아가며 저마다 작은 바람이 되어, 누군가의 삶에 미묘한 흔들림을 남기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