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위의 먼지

by 박경현

어느 집 안에서나, 먼지는 늘 존재한다. 창문 틈새로 스며들고, 사람들의 옷에서 떨어지며, 숨소리에 실려 방 안에 내려앉는다. 탁자 위에 쌓인 먼지는 그렇게 어느새 고요히 자리를 잡는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존재. 어쩌면 그것은 아무 의미도, 가치는커녕 흔적조차 없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먼지는 묵묵히 자리를 잡으며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흐트러진 상태로 누워 있다가, 누군가 손을 뻗어 그 위를 쓸어낼 때서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손가락 끝에 묻어난 잿빛 흔적. 그렇게 먼지는 자신이 있었음을 증명해낸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저 먼지를 쓸어내고 탁자를 다시 반짝이게 할 뿐이다. 지워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것이 먼지다.

생각해 보면, 먼지는 아주 오래된 시간을 품고 있다. 빛을 머금고 떠다니다가, 언젠가 퇴색된 시간의 흔적으로 내려앉는다. 어느 먼 곳에서 날아왔을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 동안 쌓여 왔을지 모르는 그 작은 입자들은 누군가의 기억이자, 세월의 조각일지도 모른다. 탁자 위에 내려앉은 먼지를 바라보며, 그 수천의 작은 조각들 속에서 우리는 시간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곧 잊힐 것을 알면서도 세상에 내려앉는 법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은 먼지를 털어내면서 안심한다. 깔끔하게 치워졌다는 기분,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마음. 그러나 먼지는 언제나 돌아온다. 이 생에 깃들어 있는 지워지지 않는 시간의 흔적처럼, 우리의 삶에 무수히 쌓여 가는 추억처럼.

탁자 위의 먼지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없어졌다가도 다시 찾아와,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잡는다. 지워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사라짐으로써만 존재의 의미를 되찾는 것. 그럼에도 우리는 먼지를, 아니 우리의 기억을 소중히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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