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

by 간질간질

"나를 만나러 왔다고?"

회색의 거대한 몸집의 늑대는 자기를 찾아온 양을 쳐다봤다. 거대한 몸집, 개미보다 더 쉽게 짓눌러 터뜨려 버릴 것 같이 커다란 앞 발. 양의 몸뚱이 정도를 꿰뚫고 나갈 듯한 송곳니. 온몸을 두른 날카로운 은 빛 바늘 같은 털이 유난히 반짝였다.


"네. 그렇습니다"

대답은 분명히 하고 있지만, 거대한 늑대의 왕 앞에 있는 양 세 마리는 개미보다 작아 보였다. 그들 중 가장 앞에 있던 양이 겨우 입을 뗀다. 다음 질문이 있을 줄 알았던 양은 고개를 들고 늑대의 턱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런 말이 없자. 마침내 입을 연다.


"늑대의 왕이시여. 저는 나시르라고 합니다. 저희는 늑대의 왕을 저희 마을에 수호자로 모셔가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늑대의 왕이라 불리는 은회색 늑대의 눈동자가 아래를 향한다.

"늑대의 왕이자, 숲의 지배자인 나 이반 루스를 너희 양마을의 수호자로?"


웃음인지, 으르렁인지 양들의 수북한 털이 울리듯 커다란 소리가 숲에 가득했다. 양 마을 뒷산에 있는 동굴보다 커다랗고 검은 늑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분명했다. 하지만, 늑대의 왕이 자기들을 잡아먹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습니다. 왕이시여. 저희 마을을 지켜주시길 간청드리러 왔습니다"


숲의 지배자이자 늑대의 왕인 이반은 100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유쾌한 농담을 들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무신경하다. 말을 하는 음식들이 제 발로 찾아왔다는 것이 기특할 뿐이었다.


"왕이시여. 저는 양 무리를 이끌고 있는 원로 중 하나인 막시밀리안이라 합니다. 저희들은 왕을 모셔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곳까지 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작아 왕을 모시기에 부족할지 모르지만 왕과 함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나라를 만들고자 왔습니다. 만약, 저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당장 저희를 잡아먹어도 좋습니다."


이반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달처럼 커다랗고 둥그런 눈이 아래를 향한다.

"무엇 때문에?"

"저희는 강해지고 싶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왕을 모시러 온 것입니다"

나시르가 고개를 처박고 있는 막시밀리안을 대신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갑자기 가여운 양 세 마리 앞에 절벽과 날카로운 바위가 나타났다. 이반의 바위같이 단단한 턱과 뾰족한 산봉우리 같이 커다란 송곳니가 빗나는 은회색 털에 쌓인 이반의 머리다. 양이 아니라 황소라도 한 입에 삼킬 것 같은 이반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이반의 모든 털도 양털처럼 부드럽게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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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르와 막시밀리안은 죽지 않고 마을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 기뻤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반이 물었다.

"그럼 너희들은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모든 것. 모든 것을 드리겠습니다"

나시르와 막시밀리안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세 마리 중 한 마리의 양만 대답하지 않았다. 이반도 이미 알고 있고, 나시르와 막시밀리안도 알고 있지만 묻지도, 대답하지도 않는다.


"나의 형제들과 이야기해 볼 테니, 나흘 뒤 다시 찾아오도록!"

이반은 커다란 앞발을 베개 삼아 머리를 누이고는 눈을 감았다. 양들은 이제 더 이상 물어서도 안되고 기다릴 수도 없는 것을 알았다. 돌아가고 나흘 뒤 다시 찾아오는 일 밖에 없다.


늑대의 숲을 빠져나가 마을로 가는 길에 나시르와 막시밀리안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살아서 기쁘고, 숨의 왕이 양들을 지켜주면 누구도 무시 못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니콜라이! 자네도 뭐라 말 좀 해보는 게 어떤가?"

그동안 아무 말 없던 양의 이름이다.

"없네. 난 이 방법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아. 이건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

"또 그 소리. 항상 그런 식이었지. 항상"

"아니, 어떻게 양을 잡아먹으러 항상 호시탐탐 노리는 늑대에게 마을을 맡긴다는 거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니콜라이가 따지자 나시르가 발끈했다.

"이미, 모든 양들이 모여서 결정한 일이니 더 이상 말하지 말게"

"그럼, 왜 오늘 양치기 개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 늑대가 양치기 개와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잖나"

"그건...."

나시르와 막시밀리안은 다시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기분이 들었다.


양치기 개가 지키던 양 마을에 늑대의 왕이 수호자로 들어오는 사건의 첫날이 이렇게 흘러갔다.



수제비에게 돌멩이가 보내준 원고다. 돌멩이는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며 펄쩍펄쩍 뛴다. 수제비는 그냥 두기로 했다. 주름 없는 뇌를 가진 돌멩이에게 어떤 말을 해도 들어가지 않는다. 튕겨져 나올 뿐. 다음 편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그냥 두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