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시 밀리안

부를 가진 양

by 간질간질

"늑대에게 우리 마을을 맡긴다고?"

양이 가득한 농장에 늑대 무리를 초대하겠다는 건 제정신이 아닌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막시밀리안은 바로 반응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뭔가 깊은 생각을 한 듯 네모난 눈동자의 각이 더 예리해졌다.

"좀 더 생각해보고 알려주도록 하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해 당황해하는 젊은 보좌 양을 물렸다.


막시 밀리안은 의자를 뒤로 젖히고 쑤시는 허리에 힘을 줬다. 그리곤 가장 좋아하는 풀로만 모아 놓은 풀병의 뚜껑을 열었다. 뭔가 깊은 생각을 할 때 버릇이다. 코를 통해 흘러 들어오는 풀향이 뇌를 깨끗이 씻어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쁘지 않아' 풀향이 씻어낸 자리에 첫 번째 들어온 생각


'늑대들은 단순해. 1을 넣더라도 무엇을 내놓을지 알 수 없는 개들보다 나을 수 있어. 늑대는 얼마가 들어갈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들어가는 만큼 나오게 되어 있어.' 두 번째 생각


늑대들의 셈법은 단순했다. 늑대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 몫의 고기다. 다른 존재들이 뭐라 하든 자기의 몫이 주어지면 늑대들은 더 이상 관여하지도 간섭하지도 않는다. 대신, 자기 몫이라 생각되는 고기를 빼앗기면 누구도 먹지 못할 만큼 뭉게 버리거나 방해한 생물을 자기 몫의 고기로 만들었다.

KakaoTalk_20220628_185306126.jpg


막시밀리안의 토지는 양들이 좋아하는 풀이 많이 돋아나는 남쪽 물가 옆에 있다. 개들이 양들의 보호자로 나선 이후로 막시밀리안은 큰 손해를 보고 있었다. 자기의 땅에서 나는 질 좋은 풀을 오롯이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들은 '함께 사는 공동체'라는 말을 하며 '세금'이란 명목으로 자신의 풀을 강탈해갔다. 막시밀리안은 나서서 반대할 수는 없지만 분노는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었다.

막시밀리안은 북쪽의 이리들과 모든 터전을 걸고 싸웠던 일명 '이리 전쟁'이 끝난 직후 태어났다. 이리와의 싸움으로 진흙탕이 된 땅에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누구보다 더 굶어가며 옥토로 일구어 냈다. 그렇게 마련한 지금의 터전에서 나온 수확물을 단지,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놈들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에 진저리를 쳤다. 이리들의 논리였다. 이리들은 모두가 평등하다고 이야기했지만, 누구도 믿지 않았다. 이리들에겐 이리 두목이 있었고, 이리들에게 사육되는 염소들만 있을 뿐이다. 개들은 어쭙잖은 이리들의 논리를 들먹이며 놀기 좋아하고 정신이 썩은 무가치한 존재들에게 나눠줬다.


'멍청한 개들에게 1을 뜯기느니, 늑대들에게 1을 주는 게 나을 수 있다. 아니, 1.5나 2를 늑대들에게 뺏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늑대들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배가 차면,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동안 개들에게 1을 빼앗기고 10을 얻었다면 차라리 늑대들에게 2를 주고 15를 얻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막시밀리안은 밤하늘을 쳐다봤다. 보름달이 차고 있다. 늑대의 시간이다. 공정함을 앞세우는 개들이 시간은 끝났다.


'혹시, 늑대들이 3 아니 5를 요구하면 어떨까? 그때는 개를 풀면 된다. 개들은 늑대만큼이나 강하고, 늑대보다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이다.' 세 번째 생각이 막시밀리안의 생각에 새겨졌다.


막시밀리안은 풀병의 마개를 덮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말소리를 냈다.

"개들은 멍청하니까..."

이전 01화양치기 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