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에 멍하니 앉아있는 둘. 공통점이 없다. 그래서 말이 없다. 그래서 물만 보고 있다.
한 사람은 아무리 무거워도 종이책을 가지고 다닌다. 덕분에 책을 깔고 앉아있다. 한 명은 지갑은 두고 다니더라도 스마트폰을 몸에서 떼지 않는다. 덕분에 인터넷 연결 안 되는 비싼 시계-최신형 스마트폰-를 손에 꼭 쥔 채 자갈밭 위에 앉아 있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심각한 얼굴이다. 사람들은 동일한 사건이라도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다. '팩트'는 존재하지만 팩트가 '진실'은 아니다. 팩트는 진실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팩트는 표정이고, 진실은 양심이다. 팩트는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진실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헷갈리는 이유는 팩트와 진실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쥔 사람의 심각한 얼굴 표정은 팩트고 심각한 표정을 지은 이유가 진실이다. 책 위에 앉아있던 사람이 믿었던 진실은 '무언가 굳은 결심을 했기 때문'이었지만, 일어선 사람의 진실은 자기 엉덩이를 찌르는 돌멩이가 아팠기 때문이다.
돌을 물가로 던졌다. 팩트다. 이 팩트에 따른 하나의 진실은 '굳은 결심을 가늠하기 위한 행위'였고 또 다른 진실은 '엉덩이를 아프게 만든 돌을 익사시키려는 소심한 복수 행위'였다.
엉덩이를 짓누르던 돌은 한번 튕기고는 물속으로 들어간다. 책을 깔고 앉아 있던 사람이 '하'하고 소리를 냈다.
이번엔 조금 넓적한 돌을 쥐고서 MLB에 진출해 챔피언 반지를 두 개나 가지고 있는 김병현처럼 언더 스로우로 날렵하게 던진다. 돌이 제법 물에서 튕긴다. '하하하하하' 책 위에 앉아있던 사람이 소리 내서 웃는다.
"난 물수제비가 좋아. 물에 가라앉아야 하는 돌이지만 물을 밀어내면서 자기 자존심을 지키잖아"
책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은 체 돌 던진 사람에게 들으라고 말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나즈막히 이야기한다. 돌을 던진 이는 결국 돌멩이는 물에 가라앉을 텐데 무슨 실없는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냥 앉아서 멍하니 있던 사람의 웃음소리를 한번 더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번엔 자기 눈보다 더 얇은 돌을 골라 던진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주변에 있던 돌 중에서 던질 수 있는 모든 돌을 던지고 던졌다. 북극 가까운 지방에서 생긴다는 백야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면 커다란 웅덩이가 패일만큼 돌을 던졌을 것이다. 늦은 오후에 자리 잡았기 망정이지 해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팔이 빠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너는 참 괜찮은 사람인가 봐. 잘 던지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뭔가 해주다니... 그래도 가라앉지 않는 돌멩이는 없겠지? 고생했어. 이제 그만 해도 돼. 보이지도 않는다. "
돌을 던지던 사람은 이런 말을 듣기 싫었다. 항상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순응하며 싫어도 잘 참는 자신이 싫었기 때문이었다고 기억한다. 평소와 다른 말을 했다. 우연과 사건이 엮여 인연이 만들어진다.
"가라앉지 않는 돌멩이를 보여줄게. 아니, 중력을 이기고 날 수 있는 돌멩이를 너에게 구해줄게"
100% 흰소리다. 연애할 때 남자들이 하는 '하늘의 별을 따다 주겠다'는 것에 육박하는 헛소리. 날이 어둑하지 않았다면 커다란 머리에 어울리지 않게 부실한 팔을 가진 이의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연인가 보다. "고마워"라는 말과 함께 앉은 이는 행복한 얼굴을 했다. 아니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행복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라고 믿어졌다.
둘은 아무 말 없이 돌아왔다. 이후에도 아무 말 없이 만났고, 아무 말 없이 같이 지냈다.
둘은 서로를 '(물) 수제비'와 '(나는(飛)) 돌멩이'라 불렀다.
독자들은 안다. 둘이 애증의 삶을 사는 것이 현실이고, 만남은 팩트지만 낭만적인 만남은 서로의 오해때문이었다는 것이 진실이다. 둘은 알까? 둘 다 알 든 말든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