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벌써 대선의 시작이다. 평소에는 정치에 관심 없는 수제비와 돌멩이지만 대선은 다르다. 특히, 대선은 일반인들이 느끼는 올림픽과 비슷하다. 평소에 스포츠에 관심이 있건 없건 올림픽이 벌어지고 중계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올림픽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나와 연관이 없지만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따서 애국가가 울리면 계양되는 태극기를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올림픽이 끝나면 잠시 각 종목의 선수들 뒷얘기에 관심을 보이지만 이내 평범한 생활로 돌아간다. 대선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뽑히고 나면 '정부가 하는 일이 뭐가 있나?' 또는 '정치인들이 그렇지 뭐'라고 잊히기 마련이다.
일반인들과 수제비가 조금 다른 면은 그나마 미디어에 몸담은 전력이 있어 일반인들보다 조금 더 관심을 일찍 갖기 시작하는 것뿐이다. 4년마다 벌어지는 올림픽의 금메달 리스트와 5년마다 벌어지는 대권주자들의 대통령을 같은 수상자라는 개념으로 비교하는 것이 말도 안 되지만, 우리는 보통 그렇게 살아간다.
"현재 보수 쪽에는 대권 후보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야"
돌멩이가 아는 체 운을 뗀다
"여당 쪽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라는 양 축이 만들어졌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있지"
수제비의 오랜 경력-짬-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대응.
"그렇지. 잠재적인 대권주자가 없는 것이 문제"
"잠룡들의 씨가 말랐지..."
"잡. 룡?"
"아니. 잠. 룡!"
이제 대권주자니 대선이니 하는 이야기는 물 건너갔음을 수제비는 알아차렸다. 돌멩이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른 단어들이 날개를 펴고 제각각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글자는 다른데, 연음법칙이라고 해야 하나? 발음은 똑같잖아. 잡룡과 잠룡. 뜻은 완전히 다르다고 해도"
수제비는 그냥 한숨부터 쉬었다. 사실 돌멩이의 말은 맞으면서 틀리다. 잡룡과 잠룡은 뜻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사실이다. 잡(雜)이란 말이 들으면 온갖 잡동사니가 떠오른다. 하지만 잠(潛)은 깊은 물속에서 뜻을 세우는 후보들을 뜻한다. 하지만, 결과에 따라 거의 같은 의미가 되어버린다. 잡룡이든 잠룡이든 용이 안되면 한을 품은 이무기가 될 뿐이다. 대선 결과에 따른 승자는 1명뿐. 나머지는 모두 이무기가 되어 버린다. 결국, 잡룡과 잠용은 결과적으로 거의 같다.
용이라는 동물로 세대 구분도 된다. 나이 든 세대에에게 용은 친근하다. 왕이나 임금들에게 사용되는 용어들에 많이 사용된다. 용과 왕을 하나의 상징으로 봤기 때문이다. 용을 영어로 번역할 때 Dragon이라고 불렀다. 용과 친근한 세대에게는 어색함이 없다. 하지만, 요즘 서양의 판타지에 익숙한 젊은이들에게 용과 드래곤은 엄연히 다른 존재다. 마치, 카레라고 부르는 음식과 커리라고 부르는 음식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프로야구가 시작되었을 때에 '청룡'이 있었던 거 알아?"
수제비는 스포츠에 관심이 없다. 돌멩이도 스포츠에 관심이 없다. 그저 잡식이 많을 뿐이다.
"MBC가 구단주였고,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팀이었는데 'MBC 청룡'이었어"
"삼미와 같은 시기지?"
수제비의 머릿속에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단어가 연상되어 떠 올랐다. 야구는 모르지만 꽤 유명했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란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 돌멩이는 그 시절을 살지도 않았으면서 또 아는 체를 했고 수제비가 거들었다.
"맞아! 그때 패전 처리 전문 투수가 있었는데 이름이 감사'용'이었어. 감사용 선수의 용은 무슨 용자일까?"
MBC 청룡은 흘러 흘러 지금은 LG 트윈스가 이어받고 있다. 지금은 서울을 연고로 하는 두산 베어스는 사실 대전을 연고로 하는 OB 베어스였다.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모르면서 관심도 없는 프로야구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다. 수제비는 뚫린 귀를 막지는 않았지만 이미 뇌에서 자연스럽게 처리 프로세스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프로야구 6개 구단이었는데... 청보가... 롯데가... 삼성이... 한화가... 빙그레가.. 해태가..."
돌멩이의 프로야구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뭐라 뭐라 이야기를 한참 한 것은 알겠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돌멩이는 한참을 이야기했고 수제비에게 '긍정'의 답변을 기대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수제비는 말해줬다.
"용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