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아이의 참고서를 사러 서점에 갔다 매대에 놓인 책을 슬쩍 들쳐봤는데 몇 개의 문장에 꽂혀 홀리듯 샀다. 유튜브에서도 워낙 유명한 경제 관련 다큐멘터리로 나왔던지라 내용이 궁금하긴 했었다. 게다가. 2013년 1쇄. 그리고 13년이 지난 2026년 1월 71쇄를 찍었다는 글자에 전율. '고전 또는 클래식의 반열에 오르려면 모름지기 두 자리 숫자의 '쇄'를 찍어야 하지 않나'라는 감탄과 부러움, 책 읽을 기대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결론부터 내자면 강하고 매력적인 도입부를 지나 자극을 이어가고, 아는 사실들의 확인. 그리고 학습, 연설로 마무리 된다. 파트 1의 짜릿함은 뒷심이 조금 부족했다. 매운맛으로 출발해 아는 맛, 그리고 순한맛으로 마무리 되는 책. 그래도 경제에 관심을 가지려는 사람의 입문용으로 난도와 흥미, 들어 있는 지식 모두 적절해 보인다.
시점은 조금 업데이트하면 좋겠다. 그게 참 아쉽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거의 최신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그 이후 우린 팬데믹을 지났고, 역사적인 양적완화를 경험했고, 전 세계적인 자국 중심주의와 극우성향의 정부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전세계 절대 1위 천조국을 트럼프라는 펄떡이는(?) '변수'가 control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담으로 여겼던 코스피 5천을 돌파하고, 부동산 가격도 '설마?'라는 변곡점에 있다.
암호화폐와 AI는 엄청난 돈을 빨아들였다. 세상 바뀜이 어질어질하다. 이런 히스토리가 지금 담겨 있는 내용처럼 잘 정리되어 있다면 세 자릿수 중쇄도 가능해 보인다.
[나중을 위한 정리용]
P18. 자본주의 세상의 현실에서는 절대로 물가가 내려갈 수 없다.
P21.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비밀은 바로 '돈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P21. 돈의 양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하락한다.
P22. 결국 '물가가 오른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물건의 가격이 비싸졌다'는 말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P23. '돈의 양'이 끊임없이 많아져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다.
P26. 누군가가 은행에 예금한 돈을 나에게 '빌려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은행에 대해서 너무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착각에 불과하다.
P27. 숫자로만 찍히는 가상의 돈이다.
P29. 이렇게 난데없이 생긴 90원을 '신용통화'라고 이야기한다.
P30. 예금한 돈의 90%의 금액을 컴퓨터상에서 내 통장에 찍히게 함으로써 돈을 '창조'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은행이 하는 일은 돈을 보관하고 그것을 그대로 대출해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챙기는 일이 아니다. 은행이 하는의 일의 본질은 '없던 돈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P31. 있지도 않은 돈을 만들어내고 의도적으로 늘리는 이런 과정을 우리는 '신용창조', '신용팽창'등의 용어로 부른다.
P44. 고객이 대출을 해가야 은행이 새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P53. 결론적으로 은행 시스템에는 '이자'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이 이자를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P61. 돈이 돈을 낳고, 그 돈이 또다시 돈을 낳으면서 자본주의 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의 정해진 길을 걷고, 그것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다시 디플레이션이라는 절망을 만나게 된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부인할 수 없는 '숙명'이다.
P85. 미국 연방준비은행, 흔히 줄여서 FRB라고 부르는 곳이다... 12개의 지역 연방준비은행과 약 4천 800개의 일반 은행이 회원으로 가입된 곳으로, 용어만 Federal이라고 사용했을 뿐 정부 기관이 아닌 순수한 민간은행에 불과하다.
P101. '금융자본주의'라는 말은 노동력을 중심으로 하던 자본주의에서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로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P103. 은행이 금융자본주의의 핵심이 되기까지 1999년 미국에서 제정된 '금융서비스현대화법'의 영향이 컸다. 이 법의 역사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휩쓸었던 대공황의 원인을 상업은행의 방만한 경영 때문이라고 판단한 미국 정부는 1933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명백하게 분리한다는 '글라스-스티걸'법을 제정했다. 은행들이 고객의 돈을 마음대로 유용할 수 있는 '도박'을 금지했던 것이다. 그런데 1999년 제정된 '금융서비스현대화법'은 바로 그와 같은 법을 다시 폐지하고, 금융지주회사가 은행 외에 증권회사, 즉 투자회사를 둘 수 있게 했다. 다시 은행이 고객이 돈으로 투기할 수 있는 권리를 허가해 준 셈이다.
P171. 저축만이 아닌 소비하고, 기부하고, 투자하는 습관과 방법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모습은 저축만 강조했던 이제까지의 우리 교육과는 많이 다른 접근이다.
P183. 투자자라는 개념과는 다르게 '금융소비자'라는 개념을 사용한다면, 일반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처럼 상품에 문제가 있을 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P217. 잉여생산물들이 많아지고, 그것이 회전이 되지 않으면 자본주의에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소비를 권장하는 것, 또는 강요하는 것이다.
P231. "소비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소비가 있고, 일상생활을 위한 생활소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넘어서면서 과소비가 일어나는 것이고, 이 과소비가 지나칠 때에는 중독소비가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P341. 그동안 세계를 양분했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결에서 자본주의가 최종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에 대처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졌다. 이때부터 복지보다 성장을, 정부의 역할보다 시장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신자유주의가 지구촌 경제를 휩쓸었다. 미국과 영국은 세계화를 주장하며 세계 여러 나라에 시장개방의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자유시장, '자유무역'이라는 논리가 더욱 득세하게 된 것이다.
P374. 우리가 해야 할 복지는 '퍼주기식 복지'가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생산적인 복지이며 약자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건강한 복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