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 김영사
경제학은 과학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기반입니다. 감, 느낌 같은 것이 아니라 과학처럼 사람들의 경제적 문제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검증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만큼 사례를 잘 설계하고, 구분하고, 비교하는 법을 자세히 풀어줍니다. 그래서, 경제학 그중에서도 '경제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탄탄하게 풀어냅니다.
인생 성취의 8할은 운
이 챕터 하나로 저자가 하는 말을 일단 묵묵히 듣기로 했습니다. 너무 강렬했거든요. 생각을 숫자와 데이터로 풀어준 이 챕터가 밝혀준 불편한 진실. 2번째 챕터는 최근의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역시나 근거와 함께 밝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어쩌면 동의하기 싫은, 내용도 담겨 있지만 묵묵히 읽어 나갈 이유가 바로 첫 번째 챕터의 첫 장입니다.
태어나면서 첫 번째로 만나는 운은 '어디서 태어났는가'입니다... 태어난 나라가 평생 소득의 절반 이상을 결정하다는 것(p27)
다음으로 만나는 운은 '부모'입니다. 부모는 유전·환경 요소를 모두 제공... 부모를 자기가 결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p29)
'건강도'운이 중요합니다. 우선 태어난 나라가 기대수명을 크게 좌우합니다. 그 나라의 소득 수준과 의료 시스템 등이 기대수명에 영향을 주지요. (p29)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 경제학의 쓸모를 주장합니다.
이 책에서 저는 엄마 배 속에 잉태된 순간부터 삶을 다할 때까지 국가가 어떻게 운 나쁜 사람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한 아이들도, 최선을 다했으나 직장을 잃게 된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 하겠습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자세한 내용이 아니라 문제와 그 문제를 풀기 위한 키. 본문은 문제풀이 과정을 담담하게 나열할 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만들 가장 좋은 방법은 제목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진정한 경제의 목적과 의미를 생각해 보게 만들거든요. 경제가 재테크가 아닐진대, 경제가 문제풀이도 아닐 텐데, 사람들에게 경제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1부 배 속에서 무덤까지 : 우리의 전 생애를 구각가 보살펴야 하는 이유
1) 인생 성취의 8할은 운 : 개인의 능력과 한계, 그리고 국가의 역할
2) 배 속 10개월이 평생을 좌우한다 : 임신 환경의 중요성
3) 불행의 대물림을 극복하는 비결 : 아이들에게 투자해야 하는 이유
4)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갈림길에서 : 양육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5) 아빠에게도 육아 교육이 필요하다 : 아빠의 육아 참여 성공 조건
6) 친구가 내 삶을 바꾼다 :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의 영향
7) 직장을 잃으면 건강해진다고? : 실직의 장기적 영향
8) 삶의 활력소이자 골별의 원인 : 황혼 육아의 풍경
9) 안락하고 존엄한 노년을 위해 : 집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은 마음
10) 일과 가정의 양립을 꿈꾸다 :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해야 할 이유
2부는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여러 가지 문제들 -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의사 증원 문제, 주 4일제, 코로나 팬데믹의 대응정책-을 저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합니다. 2부는 동의와 동의할 수 없음이 나뉠 거 같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그래도 끝까지 책을 읽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게 독자의 예의라 생각이 들었거든요. 1부의 저자와 2부의 저자가 다르지 않다면 저자의 생각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저자가 틀렸다거나 엉터리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래간만에 생각과 감정이 기분 좋게 흔들리는 책을 읽었습니다.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이른바 '돈 버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안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