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엽 지음. 빛의 서가
얼룩백이 황소에 낚여
개인취향이라지만 표지 참 예쁘다. 이쁜 책 표지를 넘기면 저자가 우리말의 뿌리를 찾는 잔잔한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매력적인 단어 얼룩백이 황소의 등장.
책을 읽고 나면
이 '얼룩백이 황소'가 얼마나 잘 낚았는지, 얼마나 매력적인지,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잔고가 0이 되고 마이너스가 되어 점점 커질 때까지 헤어나지 못하는 도박중독같은 단어의 세계로 이끈 그 바람잡이가 얼룩백이 황소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야 덜 억울(?)할 테니 답을 말하는 대신 위대한 바람잡이의 등장부를 들려줘야겠다.
황소도 아니고, 얼룩백이 소도 아닌
얼룩백이 황소를 본 적이 있나요?
그리고선 향수라는 시를 바로 들이밀어 취하고, 또 취하게 만든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끝났다. 이렇게 첫 장을 읽고,
다음장을 넘기며 '얼룩백이 황소'의 정체를 알아가는 동안 책에 빠져들게 된다.
초반엔 익숙한 단어들로 꿀떡꿀떡 맛있게 읽어간다.
그러다 이상하게 글이 잘 읽히지 않는 걸 깨닫게 된다.
뭐지 왜 그러지?
그때면 훈민정음 창제 때 만들어졌으나 사용하지 않는 '아래 아'를 비롯해 사라진 글자들과, 오래된 고전의 숲속 깊은곳에서 저자의 말에 끌려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저자가 보여준 단어의 세계에 빠져 이미 발목과 허리춤을 지나 목만 내놓고 꼬르륵 거리는 중이다.
중간중간 들어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사진들 때문에 내 수준을 잊었나 보다.
마치, 교수님의 꼬임(?)에 빠져 대학원에 가고, 박사과정을 밟는 그런 기분.
조그마하게 쓰인 저자 소개글을 읽지 않았던 나의 실수였겠지
얼룩백이 황소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볼 만하다.
그리고 나처럼 '왜 책이 안 읽히지?'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이미 거의 읽었을 테니 꾹 참고 끝까지 읽으면 된다. 적어도 얼룩백이 황소의 정체만큼은 남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