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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iteller 토리텔러 Jun 23. 2023

지면 기사의 가치

"방송기자도 기자입니까"

도발적인 질문이다. 하지만, 시점을 생각하면 무턱대고 흥분할 말도 아니다. 내게 이 이야기를 해준 분은 70년대에 방송사와 신문사를 같이 가지고 있는 매체사에 다녔던 분이다. 그분의 말을 빌면 "넌 얼굴도 작고 말도 잘하니 TV화면을 잘 받을 것 같다. TV 기자 하지 않을래?"라며 제안을 받았지만 도발적인 반문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당연히 그분은 신문기자를 선택했다. 2023년에 80년대, 사실 70년대 끝자락이었을, 먼지 쌓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신문기자들의 자부심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적당히 자극적인 문장으로 시작해야 사람들이 읽을 테니까.


곤조 부리는 사람

곤조는 일본말이다. '근성'이란 뜻지만, 아재들이 쓸 땐 '더러운 성질'이란 뉘앙스가 더 강하다. 그래서, 부리다와 짝을 이뤄 '곤조 부다'란 문장이 완성된다. 곤조를 근성으로 대체하면 맛이 살지 않는다.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근성과 더러운 성질은 이어진다. 근성 있게 어떤 일을 한다면 나머지 보통 사람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근성 있는 사람에겐 보통 사람들이 설렁설렁, 대충대충 하는 들이지만, 알맞게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볼 때 근성 있는 사람은 꼬투리를 잡아 후벼 파는 '더러운 성질'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기자의 곤조

특종을 많이 하고, 자기만의 색을 가진 기자들은 보통 '곤조'를 가지고 있다. 특종이나 단독이 쉽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다 보니 근성을 가지고 캐내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요즘 '단독'이란 단어의 가치가 땅에 떨어져 사람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수준이지만 적어도 과거엔 그랬다.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어딘가 이상하면 캐고 캐고 남들이 그만하라고 해도 더러운 성질부려가며 근성 있게 파다 보면 거대한 뿌리를 찾아내곤 했다. 그게 특종이고 단독이다. 왜 그랬을까? 그게 좋았으니까. 뭔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보면 이상할 뿐이다. 눈에 띄는 짓을 하며 구독자를 모으는 유튜버들을 내려 까는 말로 '관종'이라고 한다. 내 생각에 요즘 '관종'과 옛날 '곤조'는 거의 같은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유튜브 과거의 신문 역할도 거의 같다. 그래서 지금의 인플루언서 과거의 기자이기도 하다.


옛날 유튜브 골드버튼 인플루언서들이 만든 종이신문

이제 긴 이야기의 고지에 다다랐다. 백만 이상의 구독자를 모은 유튜버들이 모여있는 채널. 그 정도의 위상 한 때 종이신문 누리고 있었다. 잘난 인플루언서들이 모인 집단. 그것이 신문사에선 편집국이고 방송국에서 보도국이다. 세상에서 나 잘났다고 떠드는 인간들이 모여 있으니 얼마나 말이 많았고, 얼마나 자존심이 하늘을 찔렀으며, 얼마나 서로의 글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오갔을까. 그렇게 만들어진 기사들 한정된 지면에 담기 위해 다시 한번 '편집'이란 과정을 거쳐야 했다.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고 나온 결과물이 종이신문이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해봤자 "저기 저 능선에서 북한군과 목숨을 걸고 싸웠지. 포턴으로 언덕의 높이가 낮아졌을 지경이니까..."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이나 먼 옛날이야기 같다.   


영국의 왕실처럼 전통을 지키는 종이신문

현재로 돌아오자. 요즘 근성 있는 기자를 만나긴 어렵다. 아니 그보다 곤조 부리는 기자 보기가 옛날만큼은 못된다. 기자들은 예의 바르고, 합리적이며, 이익에 더 민감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의 찬란했던 유산을 지키려 노력한다. 동화책 이야기 같은 왕국과 왕족은 아니지만 지금의 영국 왕실처럼 옛 풍습과 가치를 지키며 현실에 존재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죽고 그 아들이 등극할 때 의미 있는 장소와 왕관과 홀과 예복을 차려입고 대관식을 하는 것처럼 여전히 종이신문은  의미 있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옛날보다 무게감도, 감동도, 형식마저 변했지만 여전히 유효한 일부 것들은 종이에 잉크로 찍어내는 인쇄가 멈출 때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그래서, 3면은 읽을 가치가 있다.

이 결론 하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옛날 일들을 끌고 왔다. 옛날보다 빛이 바랬고, 수준이 떨어지고, 변질되었더라도 여전히 종이신문은 읽을 가치가 있다. 이미 유튜브와 SNS로 실시간 정보를 찾아보는 사람에게야 박물관을 구경하는 느낌이 들지 몰라도 처음 배우려는 사람에겐 적당한 분량과 깊이를 제공한다. 본게임에 들어가기 전 충분히 게임을 익히고 즐길 수 있도록 돕는 튜토리얼로써 종이신문은 여전히 유용하다. 그러니 경제라는 던전에 들어가고 싶다면 종이신문에서 충분히 연습하고 들어가는 것이 낫다. 던전은 레어템을 떨궈 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단숨에 플레이어의 생명을 빼앗는 몬스터가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게임과 다른 것은 하나. 게임에서 사라지는 것은 나의 캐릭터와 아이템이지만 현실에서 사라지는 것은 내 돈과 내 멘털이다. 가끔은 내 목숨과 삶까지.


기사를 읽어도 모르겠다면

자주 나오는 단어와 쓰임새. 더해서 단어가 품고 있는 연관고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자주 나오는 단어와 각 단어들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아는 가장 쉬운 방법. 아래 책을 읽어보는 것. 그래도 모르겠다면 한 번 더 읽어본다. 세 번을 읽었는데도 모르겠다면 저자가 글을 참 못 썼기 때문이다. 자학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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