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지음. 위너스북
사람의 인상과 버릇
어쩔 수 없나 보다. 누구나 자기만의 버릇이 있다. 글에도 나타난다. 이 책을 쓴 분은 증권회사의 리서치센터장으로 애널리스트를 겸하고 있다고 한다. 선입견일지 몰라도 이 책도 애널리스트가 쓴 종목 분석 리포트 모음집 같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생각보다 넓은 정보가, 생각보다 깊은 정보가 들어 있고 생각보다 꼭 알고 싶은 내용은 좀 애매하다. 없다고 하기엔 있고, 있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 저자를 낮잡아 보거나 책을 비난하는 말이 아니다. 그냥 내 느낌이다. 증권사 리포트를 읽고 나서 많은 정보를 얻은 것은 분명한데. 막상 이 종목을 살지 말지. 그건 잘 모르겠는.... 그런 기분이다.
방대한 정보
지난 책 '달러의 힘'은 싫지만 억지로 우물 밑바닥까지 끌려 다닌 기분이었다면, 이 책은 그냥 지구만 알고 싶었는데 태양계를 넘어 은하까지 데려가는 느낌이다. 그만큼 골고루 알려준다.
1부에서는 기계식 계산기부터 트랜지스터까지. 2부에서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알고 싶은 것은 맞지만... 마치 양조장에서 어떻게 술이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었지. 굳이 술 빚는 기계의 부품까지 뜯어서 설명해 줄지 몰랐다고나 할까... 그냥. 중요한 부품이나 과정 몇 개 설명해 주길 원했던 문돌이에게 전문적인 용어가 가득한 문장은 읽기에 버거울 뿐만 아니라. 이해 불가다. 3부는 애널리스트의 글쓰기(?)가 빛을 발한다. 짧게, 하나의 토픽을 잘 모아 한 입 크기로 떠 먹여 준다. 난 잘 받아먹으면 된다.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회사들과 사람들이 훌륭한 단품 메뉴로 계속 등장한다.
내게 가장 필요했던 4부와 6부
요즘 책을 읽는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로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 학습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잘 정리해 주기를 바랬는데, 잘 정리해 준 것은 사실인데 내가 원한 답에선 살짝 뭔가 부족하다. 거듭 이야기하는데, 이 책은 수준이 낮지도 않고 정보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괜찮고 훌륭하다. 전문가가 보기엔 부족할지 몰라도 내 수준엔 차고 넘친다. 단지, 내가 찾던 맛이 아닐 뿐. 4부는 내 필요에 딱 맞았다. 전략자원이 된 반도체를 둘러싼 헤게모니 전쟁.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전쟁. 그리고 일본 반도체의 몰락과 그 틈을 치고 나간 억세게 운빨 터진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 그리고 다시 미국과 중국사이에 벌어지는 제2의 반도체 전쟁. 그럼에도 뭔가 부족하다 느낀 것은 아무래도 급변하는 반도체 상황 때문이리라.
대체 미국은 반도체 지원금을 준다는 건지 아닌지, 대체 미국은 미국 회사만 이뻐라 하고 나머지 나라 회사들은 버리겠다는 것인지. 그것도 티 나게. 여기에 미국의 대선과 한국의 총선 상황이 맞물리면서 온갖 기사들이 터져 나오니 아무래도 내 머리가 복잡해져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다. 나이 들어 이해력이 떨어지거나 오해하는 경우도 요즘 종종 발생하지만 굳이 나이 때문이라고 인정하긴 싫다.
appendix는 첨부가 아니라 요약일지도...
보통 참고자료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내용이 많고. 직장인들에게 appendix는 상사가 읽든 말든 내가 일을 이렇게 많이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증거자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어팬딕스는 주식투자자들을 위한 딱 요약자료처럼 보인다. 국내 반도체 섹터의 상장사를 시가총액과 실적, 주요 사업부문으로 정리해 놓은 표나 같은 형식의 중국 기업분류. 반도체 주요 공정별 관련 기업을 국내와 해외로 나누어서 정리한 표, 반도체 소재 및 관련기업, 후공정 관련 업체까지. 반도체 섹터에 투자하고 싶다면 따로 오려두고 그때그때 쳐다보고 싶을 정도다.
이런 책은 출간되자마자 읽는 것이 좋다. 시간이 흐를수록 급격하게 잔존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난이도가 매우 어려운 편은 아니고, 읽고 싶은 부분만 떼서 읽어도 읽을 꺼리는 풍부하다.
나중을 위한 개인적인 정리 내용
p095. 반도체 주요 공정. 도표.
p096. 2022년 반도체 시장규모는 약 5,700억 달러. 제조장비 시장 규모는 약 1,000억 달러, 소재부품 시장은 약 600억 달러. 반도체 장비 중에서는 포토와 식각, 증착 장비가 각각 200억 달러 이상. 세 가지 장비 시장이 전체 반도체 장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 소재부품 중에서는 웨어파가 약 140억 달러로 전체 소부품 시장에서 약 20~25%를 차지한다.
p160. 인텔 : 그 많던 외계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p173. 마이크론. 감자왕에서 실리콘 왕으로
p184. 애플. 반도체 기업인 듯 아닌 듯// 애플은 공식적으로 반도체 기업이 아니다. 비공식적으로는 이미 가장 중요한 반도체 업체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2022년 애플은 총 671억 달러어치의 반도체를 구매해 4년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누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도체를 구매한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애플은 공식적으로는 반도체 업체가 아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에 있어 가장 영향력이 큰 업체임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팹리스 업체로 봐야 한다.
p208. NEC. 벚꽃처럼 피었다 진 일본 반도체의 역사.
p213. ASML. 넘버원을 넘어선 온리원. 슈퍼 을. ASML의 시가총액은 2,800억 달러로 반도체 장비 업체들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p219. TSMC. 고객과는 경쟁하지 않습니다. TSMC는 최종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반도체 최종 제품 매출 집계에서는 제외된다. 하지만 2022년 TSMC의 실적은 매출 759억달러, 영업이익 376억 달러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인텔을 넘어섰다. 따라서 실질적인 의미에서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인정된다.
p223. 엔비디아. 인공지능이라는 무대의 새로운 지휘자.
p227. AMD. 죽음의 문턱에서 부활하다.
p266. 삼성전자. 도쿄선언 40주년, 기로에 서다.
p288. 21세기 전략자원, 반도체 ***
p304. 플라자 합의와 미일 반도체 협정 ***
P321. 중국 반도체 굴기. 풀리지 않는 연립방정식 **
P329. 각자도생의 세계 **
p360. 인공지능을 담는 그릇, AI반도체 *** AI가속기 시장은 반도체의 다양한 카테고리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 HBM-PIM.
p380. 반도체의 불편한 진실. 반도체 시장 규모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최종 제품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2위의 반도체 국가이다. 그러나 상장사 매출을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 반도체의 점유율은 13%로 미국은 물론 대만에도 크게 뒤처진다.
p385. DRAM 사이클의 역사 및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