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선호되는 부자 유형은 건물주다. 연봉 수억이 넘는 전문직 부자도 있고, 스타트업 창업으로 거부가 된 창업부자도 있는데 다들 건물주가 못돼 안달이다. 건물주는 돈만 많은 게 아니라 시간도 많기 때문이다. 마음 편하게 놀고먹어도 돈이 들어온다.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경제력의 핵심은 어쩌면 돈이 아닐 수 있다. 그보다는 오히려 시간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꼼짝도 할 수 없는 업무 스케줄에 메여서 쓸 시간이 없는 삶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펑펑 쓸 돈만 원하는 게 아니라, 펑펑 쓸 시간도 함께 갈구한다.
티모시 페리스의 ‘4시간’은 바로 이 점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부자가 되고 싶은 건 돈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돈에 페티시가 있지 않는 한 돈 자체만 보고 만족감을 느끼겠는 사람은 없다. 그보다는 그 돈을 씀으로써 누릴 수 있는 여유를 원한다. 남들 지하철에 끼여 출퇴근하느라 파김치가 될 때 몰디브 해변에서 모히또 마시며 누리는 여유., 다들 거북목증후군 말기 상태로 모니터를 들여다보느라 지칠 때 호텔 피트니스센터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는 그 여유 말이다. 그게 부자가 되려는 '진짜 목적'이다.
그것들을 위해서는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발상을 전환해 시간관리를 다시하면 된다. 부차적인 일은 외주로 맡기고, 일주일에 네 시간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영역을 개척하면 끝난다. 이 시스템을 잘만 정착시키면 백만장자 같은 삶이 가능하다.
독서에도 이 ‘네 시간’ 법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책은 돈과 다르다. 돈은 써야만 제값을 하지만 독서는 반드시 효용이 있어야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약용은 "독서는 그 자체로 합목적적인 유일한 행위"라고 했다. 읽는 것 자체가 다른 목적 없는 순수한 즐거움이란 것이다. 이런 경지도 없는 건 아니며 때때로 누려보는 것도 충분히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책을 읽을 때 다른 것들을 함께 추구하게 되기 마련이다. 오히려 현대인들은 목적 없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탐닉하는 경우보단 자기계발과 자료조사 등 다른 목적에서 독서하게 되는 일이 훨씬 많다. 학생들의 독서는 시험 준비나 졸업과 직결돼 있고 직장인들의 독서는 사회생활에서의 성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 휴가 때 읽는 책일지라도 목적이 있을 때가 있다. 책을 읽으면 뭐라도 남을거라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SNS에 올려서 읽었다고 자랑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그렇다면 그 목적에 충실하면 된다. 중요한 건 목적을 이루는 것이지 책을 많이, 오래 붙들고 있는 게 아니란 점이다. 책을 조금만 읽고도 책을 아주 많이 읽은 독서광 같은 효과를 내기만 하면 된다. 가망 있을지 없을지 모를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 지금 노예처럼 일하는 대신 4시간만 일하고 백만장자'처럼' 사는 새로운 법을 찾으란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기억해야한다.
베스트셀러 ‘20/80 법칙’을 쓴 리처드 코치는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했을 때 지도교수로부터 이런 조언을 들었다고 회상한다.
“재미삼아 볼 때 말고는 절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말고 먼저 그 책이 뭘 전달하려는지 요점부터 파악해야합니다. 그러니 결론을 먼저 읽고 나서 서론을 보고, 다시 결론을 본 후에 관심 있는 부분만 가볍게 훑어보면 됩니다.”
투입의 20%가 성과의 80%를 낳는다는 ‘20대 80’의 파레토 법칙은 독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파레토 법칙에 따르면 세상 일과 우리가 쓰는 시간은 직관과는 달리 균등하게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이 있고 생산적인 시간이 있고 비생산적인 시간이 있다. 그 비율은 20대 80이다.
책도 그렇다. 전체 책이 가진 가치의 대부분(80%)이 그 책의 일부분(20%)에 집중적으로 쏠려 있다. 책 전체를 통독하는 시간의 20%만 투자하면 충분히 완독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리처드 코치는 이 요령으로 옥스퍼드 대학과 와튼경영대학원 MBA까지 남들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취득했다고 말한다. 본래 의도한 목적을 남들보다 훨씬 쉽고, 간편하게 이뤄낸 것이다. 뛰어난 성취를 이뤄 낸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들이 말하지 않았을 뿐, 대부분 이 법칙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미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