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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시대, 윤리적 딜레마는 피할 수 없는가?

by 박재현

최근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함께,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운전자가 아닌 인공지능(AI)이 운전을 책임지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과연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데 있어 완벽한 알고리즘이 존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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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리 딜레마'는 자율주행차 윤리 논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고 실험입니다. 브레이크 고장으로 멈출 수 없는 자율주행차가 직진하면 여러 명의 보행자가, 방향을 틀면 한 명의 보행자가 사망하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는 자율주행차가 직면할 수 있는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자율주행차가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 트롤리 딜레마 : 위에서 언급한 트롤리 딜레마는 고전적인 윤리적 딜레마를 자율주행 상황에 적용한 것입니다. 다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소수의 생명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 운전자 vs 보행자 : 사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와 보행자 중 누구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할까요? 메르세데스-벤츠 임원의 발언처럼 운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보행자의 생명을 경시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 다수 vs 소수: 여러 명의 보행자와 한 명의 보행자 중 누구를 보호해야 할까요? 혹은 어린이와 노인,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가 직진하면 여자아이를 치게 되고, 방향을 틀면 건강한 성인 남성을 치게 된다고 했을 때, 자율주행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여자'와 '아이'라는 기준 때문에 성인 남성을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회전해서는 안 됩니다.


· 법규 준수 vs 안전: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교통 법규를 준수해야 할까요, 아니면 탑승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법규를 위반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해야 하는 경우, 자율주행차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 약자에 대한 딜레마 : 아픈 아내를 위해 비싼 약을 살 수 없는 남편이 약을 훔쳐야 하는 상황과 같이, 자율주행차도 불가피하게 법이나 사회적 규범을 어겨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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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딜레마 상황에서 자율주행 알고리즘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해야 하지만 이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한,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단계 이론에 따르면, 단순히 결과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동기와 숨겨진 의도까지 고려해야 진정한 도덕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의무론적 관점에서는 도덕적 의무를 준수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상황에 적용 가능한 절대적인 규칙을 설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은 항상 자신의 도덕적 신념과 일치하게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윤리적으로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하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과 윤리적 신념 사이의 갈등은 자율주행차 윤리 알고리즘 개발에 있어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자율주행차 윤리 가이드라인과 법적 문제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는 2020년 자율주행 자동차 윤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자율주행차가 지켜야 할 기본 가치와 행동 원칙, 행위 주체별 책임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가이드라인인 만큼 법적 효력은 없으며, 실제 사고 발생 시 법원 판결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는 있지만, 판결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또한, 2019년 제정된 자율주행자동차상용화촉진및지원에관한법률(자율주행차법)은 우리나라 자율주행차의 핵심적인 법안이지만, 사고 책임 및 운전자의 안전 주의 의무에 관한 내용은 미비합니다. 자율주행차 사고는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 됩니다. 현행법에서는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주체가 책임을 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택시회사의 안전 관리 소홀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서비스 사업자인 택시회사가 주요 책임을 지게 됩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사고는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자, 운행자, 정부 등 다양한 주체가 관련되어 있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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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발생 가능성과 현실적 해결 방안


다행히 위와 같은 극단적인 딜레마 상황은 발생 확률이 낮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사고 발생률 자체가 감소하고 있으며 센서 및 AI 기술의 정확도 향상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도 향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딜레마 상황 발생 시, 자율주행차는 운전자 개입 모드로 전환하여 운전자가 직접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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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추세는 점점 트롤리 딜레마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라는 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해결 방법으로 자율주행차는 운전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합니다. 자율주행차의 목적은 탑승자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운전자의 안전보다 다른 요소를 우선시한다면, 소비자는 자율주행차를 구매할 이유가 없어지고, 자율주행차 시장 자체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운전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왜 논리적으로 맞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자율주행차의 목적 : 자율주행차는 탑승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따라서 자율주행차의 최우선 목표는 탑승자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 소비자의 신뢰 : 만약 자율주행차가 운전자를 희생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자율주행차를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자율주행차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운전자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때문입니다.


· 책임 소재 :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도 자율주행차는 운전자를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운전자를 희생시키는 선택을 한다면, 제조사는 엄청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율주행차가 운전자만을 위해 운행되어서는 안 됩니다. 보행자와 다른 차량의 안전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딜레마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며, 이는 자율주행차 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사회적 영향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직업으로서의 운전'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가장 먼저 없앨 일자리 중 하나입니다. 도심 곳곳을 달리는 전철에서 기관사가 사라지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으며, 택시, 버스, 트럭 운전사 등의 일자리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자동차보험이나 운송보험 등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사고 발생률이 감소하면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고, 보험사의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자동차 소재, 병원, 카센터 등 자동차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 운전학원이나 대중교통 이용량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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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 필요


자율주행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딜레마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자율주행차 윤리 가이드라인 과 같은 정부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다양한 가치관과 윤리적 관점을 공유하며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테슬라 차량의 사고 사례는 이러한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당 사고는 자율주행차의 판단 체계가 불완전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그에 따른 법적·윤리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윤리적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안전하고 윤리적인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율주행 시대의 긍정적인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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