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칠한 서생 Aug 03. 2024

“공부는 내가 더 잘했다”라는 말에 대하여

유상범과 송석준, 아이고 인생아~


1.

얼마 전 국회 법사위에서 여당 간사 유상범 의원이 정청래 위원장에게 “공부는 내가 더 잘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서울대 법대 출신 유상범은 정청래가 건국대 출신이라 깔보고 그렇게 말한 것 같다. 문과에서 달달 외우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자들이 가는 곳이 서울법대인 건 맞다. 하지만 달달 외우는 능력과 바람직한 국가관과 역사관 그리고 공동체에 헌신하는 자세아무런 관계가 없다.


서울법대 출신 중엔 조국과 박주민도 있지만 윤뚱과 한뚜껑도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홍성우 변호사나 조영래 변호사와 같이 평생을 약자의 편에서 헌신한 분들도 있지만, 갈봉근이나 김기춘과 같이 유신헌법을 만들어 민주주의를 수십년 퇴행시킨 법꾸라지들도 있다. 같은 서울법대 출신이라고 해도 알량한 잔꾀로 나라를 말아먹은 개차반에서 고귀한 인품을 지닌 출중한 실력자까지, 스펙트럼이 엄청 넓다. 그건 건국대 출신 중에도 마찬가지다. 어느 학교 출신이라고 안 그렇겠는가. 산골 오지나 낙도에 있는 초등학교 출신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러니 서울법대 출신이면 누구어디서든 어떤 분야에서든 무조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건 대단한 착각이자 턱없는 오만이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사실 자체가 지적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다.


비유컨대 이완용은 당시에 서울법대를 나와 시에 패스하고 승승장구한 엘리트였고, 김구는 고교도 못 나온 민이었다. 그런데 한 놈은 역사의 죄인으로 단죄받았고 한 분은 겨레의 위인으로 청사에 우뚝 서있다. 만약 이완용(1858~1926)과 김구 선생(1876~1949)이 1920년대 어느 날 상해에서든 경성에서든 만났다고 치고, 이완용이 "공부는 내가 더 잘했다"라고 말하며 김구 선생을 깔보고 비아냥댄다면 얼마나 기가 찰 노릇이겠는가. (물론 그렇다고 유상범이 이완용이고 정청래가 김구 선생이라는 건 아니다.)


서울법대 출신 유상범이 달달 외우는 능력이 뛰어나 공부는 잘했는지 몰라도, 올바른 역사관과 공직자의 사명감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은 건대 출신 정청래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역사의 평가는 나중에 더라도 지금 유상범은 역대로 가장 무능하고 무도하다고 비난받는 정권의 부역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공부 잘해서 그런 요망한 자들의 주구가 된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우냐? 아이고 인생아~



2.

드러내놓고 말한 적은 없지만 짐작컨"공부는 내가 더 잘했다"라는 생각으로 툭하면 정청래를 비아냥대는 야비한 작자가 또 하나 있다. 송석준이라는 이름의 법사위 소속 의원이다. 생김새말투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대한민국 0.1%에 들 만큼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행정고시-미국 경제학박사-수도권 3선 의원. 소위 엘리트코스를 다 거쳤다. 이 중 하나만 가져도 만인의 우상일 텐데, 이 자는 4가지를 모두 거머쥐었다. 여기에 재벌가와의 혼맥과 수십억 원대 자산이 추가된다면 역대급으로 퍼펙트한 스펙이 아닐 수 없다. (그것까지는 확인하않았다.)


그런데 국회 법사위에서 이 자가 시전하는 짓거리와 말뽄새를 보라. 지적 능력과 인성이 고로코롬 거시기하기 이를 데 없는 자가 초초특급 엘리트라는 건 대한민국의 사회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증거다. 이 같은 자를 성공한 롤모델로 여기 부러워하는 우리 사회 얼마나 천박한가. 청소년들에게 저 같은 삶을 목표로 선택압을 행사하며 경쟁교육을 시키있는 우리 사회 얼마나 우매한.


모르긴 몰라도 한 사회의 엘리트가 좁은 울타리에 갖혀 오만과 탐욕에 찌들었을 때 그 사회는 어김없이 망했다. 우리 역사만 봐도 신라 말, 고려 말, 조선말이 다 그랬다. 서양사와 동양사에서 수많은 제국과 왕조의 말기는 다 마찬가지였다. 다른 건 다 접어두고 저 자만 봐도 대한민국은 지금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 아이고 인생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