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돌보는 책 읽기> 출간 후기 1
이번에 낸 <삶을 돌보는 책 읽기> 안에 엄마와의 관계에 관한 글이 있다. 책에 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고, 동생과 의논을 했다. 동생은 글이 좋으니 책에 싣되 엄마에게는 말하지 말자고 했다. 원래는 엄마에게 미리 보여드리고 허락을 받는 게 맞겠지만… 괜히 옛 일을 꺼내서 마음 아프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고… 그래, 전자책이니까. 엄마 아빠가 볼 일은 없겠지 하고 그냥 책에 실었다.
책이 나오고 아예 말씀을 안 드릴 수는 없어서 가족 단톡방에 간단히 소식을 올렸다. 전자책이 나왔고, 그냥 미니북이라고. 전자책이라 과정이 복잡하니 부모님이 보실 수는 없겠지만 그냥 계속 글을 쓰고 조금씩 길을 찾아가고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 달라고 했다. 엄마가 궁금해하시는 것 같았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어제저녁에 전화를 드렸는데 엄마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또 무릎이 말썽이신가 보다, 그래서 우울하신가 보다 하고 나는 나대로 무릎수술 명의를 찾아 인터넷 바다를 헤맸다. 오늘 아침, 애들 학교 가고 나서 일찍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딸, 책 읽었어. 내가 읽고 회개하고 너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해야겠다 싶어 일찍 전화했어.”
그리고 길게 이어진 통화. 엄마도 울고, 나도 울고 아침부터 둘 다 눈물바다… 나이 사십된 딸과 칠십된 엄마가 서로 용서를 구하고, 힘들었던 시간을 다독이고, 잘 버텨주신 것에, 잘 커준 것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린 시절 해묵은 감정이 다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슬픔은 수용성이라 눈물로 많이 씻겨 내려간 것 같다.
전화 끝에 엄마는 ”사랑한다, 우리 딸. “ 하셨지만 ”저도 사랑해요. “ 이 말은 차마 못 했다. (아아, 이 뻣뻣한 k-장녀) 그 대신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말은 드리고 싶다. 이 글 제목을 '오래 품은 질문, 오래 기다린 대답'이라고 짓고 언젠가 그 얘기를 들을 날을 기다린다고 썼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던 것 같다. 글쓰기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날.
ps. 엄마가 어떻게 전자책을 다운로드하고 읽었는지 궁금했는데, 집 앞 sk 대리점에 가서 부탁하셨다고 한다. 못 말려! 내 실행력, 울 엄마에게서 온 거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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