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도둑맞은 집중력>, 어크로스
나의 아침은 스마트폰 알람을 끄면서부터 시작된다. 간밤에 온 메시지를 한번 훑고, 날씨와 미세먼지 상황 확인하고 나면 잠시 갈등한다. 여기서 덮을 것인가 클릭할 것인가. 찰나의 전투에서 매일 나는 패배한다. 인스타그램을 열어 친구들의 소식에 하트를 찍고, 블로그 새 글까지 확인하고 나면 아침 30분이 훅 사라진다. 분명 아침 묵상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려고 했건만, 현실은 늘 ‘지금 안 일어나면 망한다!’ 싶을 때까지 미적거리다가 몸을 일으키기 일쑤다.
종일 습관처럼 폰을 만지작거리고, 이도 저도 귀찮을 땐 소파에 누워 쇼츠를 보는 걸로 휴식을 취하니 스마트폰은 이제 제6의 장기라도 해도 무방할 듯하다. 거기다 유튜브까지 합세하면 하루 중 책 읽는데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은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자기 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로 하루를 꽉 채웠다는 생각이 들면 우울해지는 거, 나만 그런가? 디지털 미디어 홍수시대를 살면서 산만해진 집중력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모든 현대인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 바로 영국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도 흔한 자기 계발서의 공식 -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노력으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 을 따를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 이 책은 집중력 저하의 문제를 사회적 시스템에서 찾는다. 거대 테크 기업에서 감추고 싶은 진실을 폭로하고, 수면과 스트레스, 식단, 놀이문화와 집중력의 연결고리를 파헤친다. 즉, 집중력 부족은 우리가 못나거나 무능해서가 아니다. 마치 비만이 의학적 유행병이 아니라 사회적 유행병인 것처럼 집중력 문제도 사회 시스템 전체의 변화 없이 개인의 노력만 강조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란 사실. 이것만 알고 있어도 문제의 숨통이 트인다.
요한 하리는 “깊이 집중하는 능력이란 식물과 같다”라고 말한다. 집중력은 건조한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선인장이 아니라 손이 많이 가는 까다로운 난초란다.
"집중력이 자라서 잠재력을 온전히 피워내려면 특정 조건이 필요하다. 아이에게는 놀이가, 성인에게는 몰입이 필요하고, 책을 읽고,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유의미한 활동을 찾고, 자기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생각이 배회할 공간을 마련하고, 신체 활동을 하고, 잘 자고, 뇌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성장을 막기 때문에 차단해야 할 것들도 있다. 지나친 속도와 전환, 지나친 자극, 우리를 공격하고 중독시키는 침략적 기술, 스트레스, 탈진, 우리를 각성시키는 식용색소로 범벅인 가공식품, 대기오염이 그러한 것이다." (420쪽)
이 책의 부제는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이다. 늘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하면서도 미루고 있었던 나에게 이 책은 변화를 위한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실천의 일환으로 ‘나의 집중력 회복 5계명’을 작성해 본다.
1. 스크린 타임 평균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여보자
책 초반에 “미국인의 평균 스크린 타임은 3시간 15분이다.”라는 통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내 스크린 타임은 6시간이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부끄럽다) 미국인 평균보다 두 배 정도의 시간을 스크린에 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후(!) 나는 달라지기로 했다. 평균 6시간대에서 4시간대로 줄여보기로 도전!
2. 스마트폰 앱 알람 설정을 다 찾아서 끄자
책을 읽으면서 ‘전환 비용 효과’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우리 뇌는 매우 단순하고, 멀티태스킹에 적합하지 않다. 일하는 도중에 문자나 알람을 계속 확인한다면 그 순간이 찰나라고 하더라도 다시 원래 하던 작업으로 돌아가기까지 긴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귀찮더라도 몰입을 방해하는 문자, 알람을 찾아서 다 꺼보자. 방해금지 모드를 적극 활용하자. 그리고 1원, 2원 주는 앱테크에 연연하지 말자. 내 시간은 푼돈보다 소중하다.
3. 몸과 마음의 기분 좋은 상태를 잘 유지하자
나의 경우, 적당한 SNS는 삶의 활력과 재미를 주지만 너무 탐닉하게 되면 자신이 점점 싫어지더라. 특히 우울하고 피곤할 때 몇십 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클릭하는 나를 발견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몸과 맘이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를 잘 유지하도록 노력하자. 외로울수록 온라인에서의 관계에 목을 매는 경향이 있음을 인지하고 좋은 친구들과 오프라인 만남을 정기적으로 추진하자.
4. 절제를 못 한다 싶을 땐 과감히 앱을 지우자
1, 2, 3이 다 무너질 땐 물리적으로 떠나 있는 것도 방법이다. 몸의 독소를 빼고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단식을 하듯 디지털 디톡스를 해보자. 예전에 처음 트위터가 나왔을 때 너무 재밌어서 하루 종일 트위터만 했다. 어느 날 이러다가 논문을 못 쓰지 싶어서 전격 탈퇴를 하고 논문에 매진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에겐 가고 싶은 목적지가 있어요. 그런데 소셜 미디어는 대부분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가지 않아요. 우리가 길에서 벗어나게 만들죠. (218쪽)” 가고 싶은 목적지가 있다면 이 문장을 기억하자.
5. 인생에 궁극적으로 뭐가 중요한지 늘 되새기자
“죽음을 향하여 갈 때 ‘좋아요’나 리트윗 같은 강화 요인을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몰입을 경험한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 (95쪽)”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지, 어디에 시간을 써야 하는지,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자주 방향 점검을 하자. 아마 자주 실패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자. 언제나 새로 시작할 기회는 있다.
어떤 책은 지식을 전해주고, 어떤 책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어떤 책은 독자의 삶을 변화시킨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당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 글. 노워리기자단 안정인
일상에서 발견한, 작지만 빛나는 순간을 붙잡고 싶어 글로 엮는 사람. <영국 탐구생활>, <삶을 돌보는 글쓰기>를 출간했다. 나 자신과 사회를 이해하고자 여성학을 공부했으며 여성정책, 보육정책 관련 프리랜서 연구자로 일했다. 이십년 지기 친구인 남편, 우당탕탕 두 아이와 함께 지루할 틈 없는 나날을 축복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출처] [오늘, 산문] 나의 집중력 회복 5계명|작성자 사교육걱정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