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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Apr 09. 2019

[왕비재테크 비밀] 그런날은 없다

My  princess


19.4.9




그런날은 없다





엄마의 습작이다




열 살 전 기억은 

그리 선명하지 않다




아마 지금의 아이들처럼 

사탕하나에 세상가득 

행복했었겠지




그렇게 남겨진 

많지 않은 

어릴 때 사진을 보면서 

기억을 오버랩하는 정도

그렇게 유년시절이가고

10대시절, 

엄마시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 시절

엄마의 꿈은 

그냥 공부 잘하는 

막연한 꿈에 

공부를 하라고 

강요하시는 부모님이 아니셔서 

오히려 학교 마치고 오면 

부모님 직업을 도와드려야 했던 

엄마에게 엄마꿈은 없었다




그냥 멋모르고 육체만 컸다


고등학교 때 

대학을 알고 

내 현실을 알 때는 

이미 늦었다




아무나 좋은 대학을 

가는 건 아니었고 

그래서 스무살

정신 바짝 차리고 

돈이나 벌자 

그런 비현실적인 꿈을 

각인한채 이십대를 살았다




스물셋에 결혼을 하고 

스물일곱에 첫 아이를 낳고

직장일에 

맞벌이에 

투잡에 

육아에 

사는게 아기자기한 

시절이 아니라 

전쟁폐허 속에 

판자집을 짓고 

시작하는 서툼처럼 

결혼이란걸 하면 

인생이 바뀔 줄 알고 

결혼을 했는데 




딸아, 결혼을 하고보니 

인생이 바뀌는게 아니라 

엄마의 철없음을 

철들게 하는 그런 책임감

그 책임감에 

무식하게 돈 벌어 

네가 혼자 젖병들고 

우유를 먹고 

기저귀를 떼고 

걸음을 딛고 

말을 하면 살만하겠지 했던 

희망 앞에서 버티고 견디며 

인생 지지고 볶았다




그렇게 삼심대가 되면 나아지겠지

어쩜 멋모르고 

둘째 수현이를 낳았다 




솔직히 그때까지는 몰랐다


사는 일이 이토록 

지옥일 수 있을까?




서른 하나에 

수현이를 낳고 

엄마는 생각했다




십년만 참자, 

삼십대를 지나면 

자리잡겠지 

그렇게 믿고

눈 코 뜰새 없이 

숨쉬지 못할 

버거움으로 살아냈다




절에도 가서 

삼천배를 수없이 하고

교회를 가서 

성경책 들고 

애타게 기도하며

굿이란 굿을 하면서 

내가 미친년인걸 알면서도 

다시는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마치 도박꾼처럼 

굿당가서

수없이 굿도했다




모르겠다 


왜 그랬는지

그런데 그땐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인간에게 

세가지 복이라 했던가 

너무 가난한 부모의 자식인 

흙수저인 내가 

남편을 만나는 그릇도 

내 그릇안이었고 

사는게 급급해 

스승도 없었다




삼십대 십년 

지옥같은 시절을 살아오면서 

피를 토하듯 버티고 

눈물 마르지 않던 짓무름

땀이라 표현하지 못했던 

냄새나던 액체를 품기며 

엄마는 엄마에게 위로했다




40대가 되면 괜찮을거야 

그때는 살만할거야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거야 

잠도 실컷 잘 수 있을거야

운동도 할 수 있고 

친구도 만날 수 있고 

책도 맘껏 읽을 수 있고

여행도 마음껏 다니고 

회사도 평온해지고

아마 그땐 

내가 되고픈 꿈을 

아마 이룰 수 있을거야




그러니 그때까지만 참자

참아내면 

좋은날 올거야라고 

그냥 믿었다




그래 

내 좋은 습관들을 

잘 습들이면 

나는 괜찮을거야

나아질거야 

엄마가 꿈꾸는 

그런날이 올거야라고 

희망고문하며 살고 

그런 믿음으로 버틴 것 같다




즐기는 걸 포기하고 

여유를 포기하고 

벗도 버리고 

사람도 버리고 

참고 참고 

내 가정과 

내새끼들 

나를 지키기위해 

많은 걸 버리면 

되는 줄 알았다




첫째, 자식에게 존경받고 

둘째, 사람에게 의리지키며 

셋째, 나란 사람의 이름에 

신뢰를 지키자고

이 셋을 지키고 

너희를 지키며 

삼심대 10년을 

무너지지 않기위해 살아냈다




일만했다 


그래서

그리고 40대가 되기를 기다렸는데

그토록 기다린 40대가 되면 

뭔가 보일 줄 알았다




더 이상 불안하지 않을거라 믿었다

더 이상 두렵지 않을거라 상상했었다




그런데 승현아 

삶은 바뀐게 없더라

한마디 말로 육체만 

늙어가고 있을뿐

그렇게 가난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쳐 

겨우 가난을 면하니 

사는 일에서 

자식을 잘 키운다는 건 

책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아주 무거운 책임 앞에 

교육을 시킨다는 건 

자기 생살을 도려 

돈과 바꿔치기 

해야 하는 것 같은 잔인함

인간미 풀풀 풍기고 살다간 

내 꼴 날 것 같고

여유 챙기며 즐기며 살다간 

식구수대로 종질할 것 같아서

밑바진 독에 물 붓듯 

교육을 시킨다는 건 

엄마에게 솔직히 버거운 숙제였다




그건 내가 

엄마라서 해낼 수 있는 일이지 

아마 나란 사람 권선영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인건 너무나 명백하다




그래도 신이 돕고 도와 

행운이 늘 함께 해준 

천운을 받은 듯 

마흔의 중턱에서 

47번째 이 봄을 맞이하며 

문득 든 생각이 있다




‘그런 날은 없다’ 라는 것이다




흩드러지게 핀 

벚꽃 앞을 지나며 

차를 세워

나는 올해도 

저 벚꽃을 볼 수 있는 

눈의 여유는 있지만 

마음의 여유는 없구나




정작 10분 

저 벚꽃나무아래에 가서 

차한잔 마시는 일이 

아직은 사치인 

내 이 불안함은 뭘까?




그렇다 


대학교 1학년, 

이제 고1 

이제 교육비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마칠 때까지 

내가 잘해 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에 

엄마는 그 시간을 아껴 

신호 놓치지 않으려 긴장하며 

이 햇살 좋은 날 임장을 간다




적어도 10년은 

다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나 30년 돈벌었는데 

왜 세상에 그런 날은 

오지 않을까?




한 순간 순간 

물러서지 않고 살아냈는데 

후퇴하지 않았는데

고통을 밥보다 더 많이 먹고 

욕 먹는 자리 마다않고

회사경영하고 

나는 새처럼 날개짓하며 

잠을 견뎠는데

반드시 미래가 있다고 했는데 

책에서 나오는 그 훌륭한 문구들 

하나도 거스르지 않고 지켜봤는데 

책은 허구였고 

현실은 사실이란걸 

승현아 엄마 이제 깨닫는다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엄마는...

그러니 승현아 

너무 미래를 믿지마라

엄마가 속고 속아 

속키면서 속아내면서 

속는척하면서 속고

47년을 살아보니 

세상에서 우리가 원하는 

그런 날은 없다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그러니 승현아! 

내 인생을 다 포기하고 

너와 네 동생의 인생을 

살아주고 가려한다




돈이 없어서 

학원한번 못갔고 

못배우고 가난해서 

무시받고 사람대접 못 받고 

엄마는 살았다




어설프게 나마 

성공하려 애쓰다 

그것마저 포기했다




한국 사회는 

남 잘 되는 꼴을 못보고 

남이 잘되면 반드시 

끌어내리려 한다 

그것도 어설픈 

나같은 사람에게 조차 

세상은 배려가 없더라




그러니 승현아 

너는 절대 절대 

이렇게 엄마처럼 살면 안된다




누려라 


그 시절 시절들을 

누리고 이 하루하루를 느껴라

그 순간순간 눈부셔라 




숨 쉴 때마다 행복해야 한다




세상에 먼 미래는 없다 


단 희망이 있었을 뿐

먼 훗날 26년 뒤 

네가 마흔일곱번의 

봄을 맞이할 땐 

저 만개한 벚꽃이 

미치도록 아름다운 오사카에가서 

벚꽃놀이하면서 다시 

이 글을 읽어다오




그때가 되면 

엄마가 73년생인데 

엄마나이가 73살이구나




아마 엄마는 

그때쯤 어디서 살고 있을지 

미리 알 수 없지만 

그때 지금 이글 

그런 날이 없다는 글 앞에 

다시 엄마의 경험을 녹여 

너에게 줄 글을 쓰고 있다는 건 

분명할 것 같다




그 옛날도 지금도

엄마는 엄마에게 

인생을 녹여 엄마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스승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눈물과 

내 아픔과 

고통의 피를 녹여 

어설픈 지혜라도 시간을 내어 

글을 남겨주고 가려한다




승현아

엄마에겐 

그런 날이 아마없을지도 모르고 

아니 오히려 그런 날이 오면 

더 두려울 것 같다




늘 세상이 불안했던 

16살 소녀의 불쌍함에 

이 나이 먹어도 

치유를 못하는 걸 보니 

불치의 병인 듯 하다 




그래서 승현아

그런 날이 올거라 

희망고문하며 살지마라




너에게 엄마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돈도, 

부동산도, 

교육도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살다 가야하는지

네가 왜 태어났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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